그러면서도 윤기자는 ‘이 사람이 겉 다르고 속 다르고 교활한 이중인격자인자로서, 손바닥 뒤집듯 그리고 식언을 밥먹듯 일삼는 버릇이 몸에 밴 작자라면 곤란하지 않을까?’ 싶어 가볍게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을 참 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남아일언이 중천금이라는 말을 저버린대서야 말이나 되겠습니까? 협조해드려야지요. 23일자부터 25일 사이라고 그랬으니까 어려울 것 없다구요. 몇 개월 전 일이라면 어쩌나 하고 걱정되었었습니다만...잠깐 기다려 보세요!”
40대 사나이는 훌쩍 자리를 떴다. 별로 유쾌한 기분 같지 않았고, 목소리 또한 개운한 편은 아니었어도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주어서, 윤기자는 적이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서무계 여직원 곁으로 걸어간 사나이는 몇 마디 소곤거린 끝에, 문제의 승선자 명단철을 들고 윤기자 앞으로 다가왔다.
“가끔 암표상들이 숨바꼭질하면서 농간부리는 바람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승선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참고삼으시기 바랍니다”
명단철을 건네주며 40대사나이는, 1백% 신빙성을 보장할 수 있는 명단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아, 그런 경우도 있군요.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윤기자는 명단철을 건네 받기 바쁘게 근처의 빈 테이블 위에 펼쳤다. 40대 사나이는 미심쩍은 눈으로 우두커니 서서, 충실하게 감시자의 구실을 완수하겠다는 반갑잖은 태도로 임할 낌새였다.
“상무님이라고 그러셨지요? 바쁘실 텐데 폐를 끼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잠깐이면 끝납니다. 일 보십시오! 한차례 쭉 훑어보고 나서 돌려 드릴께요”
“알겠습니다. 그럼 천천히 느긋한 마음으로 훑어보시지요!”
40대사나이는 감시자의 소임을 포기하고 시큰둥하니 자리를 떴다. 윤기자는 맘놓고 눈에 쌍불을 켰다. 문제의 23일자 명단만을 쭉 훑어보았다. 그런데, 그날 연락선을 탄 사람은 71명에 지나지 않았음을 명단은 보여주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숫자였다. 적어도 2등실과 3등실 안에 초만원을 이룬 승객수는 줄잡아 1백명∼1백50명은 족히 될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명단에 오른 인원수는 3분의 1정도이니,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명단이 못 된다는 점을 40대 사나이의 말대로, 참고삼을 필요가 있음을 윤기자는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윤기자는 침착하고 진지한 자세로 ‘훑어보기 작전’을 끝까지 완수해야겠다 싶어 명단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요컨대 주어진 여건아래서 최선을 다하고 조그마한 알맹이라도 건져야겠다는, 불타는 의욕과 비장한 결의를 보여주는 데 소흘함이 없었다.
범인은 3명-아니 때로는 4명이나 5명일 수도 있다는 것이 윤기자의 판단이었다. 그 날밤 선실안에서 자신이 목격한 패거리는 1명의 여자와 2명의 남자가 전부였지만, 어둠속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숫자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엄청난 수효일 수도 있겠기 때문이었다.
윤기자는 20세∼30세의 남자 5명 여자 3명을 체크했다. 수펍을 꺼내 이름, 주소, 직업 등을 베꼈다. 그는 명단을 되돌려주고 선박회사를 뛰쳐나왔다.
수첩갈피에 수록된 5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과연 그들 속에 범인들은 끼여있을까? 윤기자는 3명의 범인가운데 1명이라도 명단에 올라와 있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찾아가 얼굴을 확인해보는 절차를 밟기로 결심을 했다. 그날밤 선실한복판 흐릿한 불빛 아래서 딱 한번 본 얼굴들이었지만, 1번째 맞닥뜨린다면 진짜냐 가짜냐를 가려내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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