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웃다니…? 울어도 시원치 않은데 왜 웃음이 나왔단 말인가? 윤기자는 등골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지금이야말로 고립무원, 외딴섬에 버려진 비참한 외톱이 신세인데! 하고 생각하자, 정말 울고싶은 심정이 되고 말았다. 이럴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태도라면…? “참새는 죽어도 짹! 한다”는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어깨를 펴며 헛기침을 했다.
“댁들은 누구신지요? 혹시 사람 잘못 보시구…?” “그럼 당신은 윤동성씨가 아니란 말요?” “…?”
윤기자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우리는 당신을 김대호선생 살해범으로 수사 당국에 고발할 작정이고. 우리는 현장목격자라구, 당신은 지금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가공인물을 용의자로 내세워 추적하는 연극을 하고 있잖소? 하도 당신의 노는 꼴이 아니꼽고 더럽고 가증스러워서, 그냥 두고 볼 수가 있어야 말이지! 참다못해 우리가 나섰소. 당신을 붙잡아 수사당국에 넘기려구…. 인제 알겠소?”
윤기자는 두 번째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천인공노할 악당중의 악당들 같으니라구! 좋다, 실컷 수사당국에 나를 넘겨보아라! 그 자리에서 너희들의 허울은 홀랑 벗겨지고 말테니까. 누이좋고 매부좋고 우린 서로 좋을테니 나라고 거절할 소냐? “나는 당신들의 정체에 대해 묻지 않겠소. 묻고 싶은 것은…. 나를 수사당국으로 끌고가서 넘기겠다는 말 일구이언은 안하시겠지요?” “넘긴다면 넘기는 거지. 왜 말이 많아? 우선 몇마디 물어봐야겠으니까 따라와요!”
두 번째 사나이가 화를 벌컥내며 다짜고짜 윤기자의 손목을 거머쥐고 끌어당겼다. “내가 할 일을 대신해 주신다니 고맙소만, 이 손을 놓으시지! 더러운 손 함부로 내밀지 말구!”
윤기자는 얼굴을 붉히며 확 손을 뿌리쳤다. 더는 참고 견딜 수 없는 막다른 순간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다 보았다. 오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예상치도 않았던 우람한 체구의 사나이들이 백만대군 저리가라할 위용을 과시하면서 호시탐탐 다가오고 있었다.
이때다 하고, 윤기자는 들입다 호루라기를 불어제꼈다. 5명의 거한들, 그들은 비호같이 달려들었다. 윤기자는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무서운 힘이 몸속에서 솟구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손목을 붙잡았던 녀석의 멱살을 거머쥐어 한차례 풍차돌리기를 한 다음 휙 내던졌다. 여세를 몰아 또 하나의 사나이를 같은 방식으로 휘두르다 내동댕이쳤다.
그때였다. 10여명의 패거리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몰려들었다. 장터안은 태풍이 휘몰아치는 육탄전, 글자 그대로 아비규환의 도가니로 변했다. 잘칵…잘칵…카메라의 플래시가 섬광을 번뜩이며 터졌다. 그 소리가 폭탄 터지는 소리로 들린 것일까?
“얘들아, 가자!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구…”
우두머리가 소리치자 패거리들은 눈깜짝하는 사이 바람같이 사라졌다. 뒤늦게 나타난 오진구의 지시에 따라 윤기자와 5명의 거한들도 일제히 철수를 했다. “필름속에 녀석들의 얼굴은 정확하게 찍혀 있으니까 이제 확인하는 과정만 남은 셈이라구, 녀석들은 뺑소니를 쳐보았자 우리들의 손바닥 안에 들어있어, 수고들 했네. 기다려보면 알게야”
그들은 식당에 들어가 점심식사를 하고, 겸사로 모임을 갖고 나서 헤어졌다. 그런데 오부장 과 윤기자는 저녁때 사진관에 들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진을 보고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실망감을 느껴야 했다. 연거푸 여러 차례 찍은 사진에 하나같이 패거리들의 얼굴이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글라스를 낀 녀석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렇지 않은 얼굴들도 옆얼굴만이 드러나 있으니…윤기자가 선실 안에서 본 범인들의 얼굴과 대조해 볼 참이었는데, 물거품이 된 셈이었다. 다된 밥에 재 뿌린 꼴이 되고 말았다. 아쉬워해 본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 것인가? 윤기자는 믿었던 첫 라운드가 용두사미로 끝났지만 실망하긴 커녕 더욱 분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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