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결심한 세남녀의 ‘기묘한 동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1-26 16: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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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최후의 만찬’(제작 해바라기 필름)은 자살을 결심한 남자 둘, 여자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자 하나, 홍곤봉(이종원)은 전형적인 단순무식형 조직폭력배. 조직간의 결투에서 엉겁결에 상대편 보스 장독대(홍수환)의 허벅지에 칼을 꽂는 바람에 킬러 불독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맞아죽는 것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그는 홀어머니를 위해 생명보험을 가입하고 승용차에 뛰어든다.

남자 둘, 의사 백세주(김보성)는 사랑하는 아내와 태아를 살리려다 의료사고를 일으키고 만다. 교도소에서 풀려나온 뒤로도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을 결심하는데 병원에서 아내를 닮은 환자를 만난다. 그를 태우고 집으로 가던 도중 갑자기 사람이 뛰어들어 혼비백산한다.

여자 하나, 이재림(조윤희)은 중증 간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명품에 푹 빠져 지낸다. 이 카드 저 카드 긁다보니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되고, 몇 차례 자살을 기도했다가 병원에서 전직 의사를 만난다.

이때부터 셋의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된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막장 인생’이라는 것 말고는 전혀 공통점이 없는 세 사람이지만 하루 이틀 지내다보니 정이 들고 삶에 대한 애착도 서서히 싹튼다. 그러나 곤봉을 쫓는 폭력배들의 마수가 이들의 행복을 그대로 놓아둘 리 없다.

`최후의 만찬’은 한동안 `약발’이 잘 먹혔던 `조폭’ 코드에다가 요즘 들어 부쩍 유행하는 `배우 망가뜨리기’를 시도한 코미디. 두 남자와 한 여자란 설정도 익숙한 방식이고 낯익은 인물의 카메오 출연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주재료는 부실한 상태에서 양념만 잔뜩 쳐놓은 꼴이어서 입맛이 떨떠름하다. 줄거리도 산만한 데다 배우들의 연기마저 이가 잘 맞지 않는다.

이 영화로 충무로 신고식을 치른 손영국 감독은 미국 유학, 연극 연출, 장편소설과 연기전문서 출간, 방송 다큐멘터리 연출, 단편영화 연출 등 다채로운 이력을 지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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