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발벗고 나서서 문제의 기둥서방을 추적하다 역습을 당했다…?”
“그게 아니구요. 제1단계로 김정애 그 여자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어요. 쥐도 새도 모르게 한다는게 그만…”
“극비리에 그녀를 추적하다 들통이 났다는 얘긴가?”
“사실은 그런 셈이죠. 깊은밤 자정을 기해서 ‘굴목’(온돌아궁이쪽 공간)까지 침입하는 덴 성공했지만, 재수옴 붙어갖고 제가 잠이 들었었나봐요. 죽으려고 환장한 셈이었다고나 할까요?”
“굴목에서 잠복근무하다 잠든 사이 김정애가 덮쳤다는 얘기군!”
“저 좀 일으켜주세요. 그 대목을 오빠에게 자세히 말씀드려야겠어요. 눈운채론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을 것 같네요”
김영선은 이마의 식은땀을 손등으로 문지른다음, 두손을 내밀며 어깨를 들먹였다. 이만성은 망설이지 않고, 한쪽 팔로 목덜미를 끌어안아 조심스럽게 일으켜 앉혔다.
“3일전의 일이었어요. 그날밤 저는 11시쯤에 집을 뛰쳐나갔죠. 김정애의 집까지는 약3백m거리여서 단숨에 뛰어갈 수 있었어요. 길갓집이어서 쉽게 마당안으로 들어섰고, ‘굴목’안까지도 순조롭게 잠입을 한한 셈이었구요. 때마침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각인데도 방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두런거리는 말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해서 부쩍 신경을 곤두세웠더랬어요.
그러나 두꺼운 벽 때문에 말소리의 내용을 포착할 수가 없지를 않겠어요? 감질이나고 열불이 나고…미칠 지경이지 뭐예요. 두시간 이상 피말리기 작전은 계속되었지만, 알맹이를 건지는 데 실패한 저는 그만 잠이 들었었나봐요. 얼마를 잤을까? 뒤통수에 날벼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눈을 떴지만,
그때는 이미 포로가 된 뒤였죠 저는 개끌 듯이 건넌방안으로 끌려들어간거예요. 그때까지는 통증을 느꼈고, 공포에 떨면서 용서를 빌곤 했었다구요. 다음 순간, 김정애는 눈을 까뒤집고 어깨에 장작개비 세례를 퍼부어대는 것이었어요. 저는 넋을 잃고 까무라치고 만거예요. 나중에 눈을 뜨고 보니, 몸에 걸친 옷이 질퍽하게 젖어 있는 것으로 보아 물벼락 맞았음을 알 수 있더군요”
그녀는 연극대본을 외듯 또렷한 목소리로, 단숨에 소름끼치는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제아무리 스릴을 좋아하는 기질의 이만성이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작품속의 얘기가 아니고 사랑하는 소녀의 눈물겨운 체험담인지라, 온몸이 땀으로 후줄근하니 젖고 말았다.
“악발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살인마로 돌변을 했었군! 스파이로 몰아서 죽이려고 작정을 했었나?”
이만성은 입에 게거품을 물고 주먹 휘두르는 시늉을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분노를 터뜨렸다.
“누가시켜서 왔는냐? 하며 배후관계를 중점적으로 따져 묻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편지관계가 미심쩍어서, 은밀히 뒤를 캐보려고 했었노라고 얘기해줬어?”
“편지관계는 꺼내지를 않았죠, 그냥 호기심에서 엿들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1백80도로 얘기를 돌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 얘기를 액면대로 받아들이던가?”
“받아들이던걸요. 그런데 거기까지는 좋았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다짜고짜 팬티를 벗기는게 아니겠어요? ‘내가 구세주 노릇해야겠군! 호기심 발동하는 밑천을 망가드려주마!’ 이렇게 씨부렁거린 다음 거기를 사정없이 꼬집고 할퀴고 발뒤꿈치로 짓이기고 천인공노할 만행을…. 정말 죽는줄 알았는데, 살아돌아온게 꿈 같기만 해요”
“그냥 둘 수 없는 악녀군! 내 저걸 그냥!”
이만성은 하늘 높이 솟구친 분노를 달랠길이 없어 와들와들 몸을 떨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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