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달려가서 우지끈 뚝딱 박살을 내고 말테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온몸을 부르르 떨며 격앙된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감춰진 모습을 이만성은 비상출구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엉겁결에 드러낸 셈이었다. 아, 이 사나이는 몸과 마음으로 뜨겁게 나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김영선은 이성을 잃은 정도로 흥분하고 있는 이만성의 모습이 백마디 달콤한 말보다도 크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동지섣달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의 푸른절개를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치른 공욕이 전화위복이 될 줄이야!’ 김영선의 육체적 정신적 아픔은 일순 봄눈 녹듯 풀린 느낌이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이만성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말보다 몸짓으로 이만성의 고삐풀린 행동을 제지시켰다. 이만성도 속으로 바랐던 터라 못 이긴채 하고 주저앉았다.
“그러니까 김정애는 편지관계는 제쳐놓고, 남자관계 비밀이 탄로날까 두려워 거기에만 신경을 썼다는 얘기군! 사생활을 침해했다해서 가혹한 린치를…”
이만성은 자신도 손 한번 대보지 못한 ‘신성불가침의 성역’을 쑥대밭으로 만들다니…. 그 썩어빠진 김정애의 밑천을 더는 써먹지 못하도록 갈기갈기 찢어놓고 말리라! 하고, 빈 말로나마 품앗이 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 대목만은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나 만에하나 멀쩡한 숫처녀가 ‘성불구’라도 되어버렸다면 무엇으로 어떻게 보상을 받게 될 것인가? 라고 생각되자 눈앞이 캄캄했다.
“진정하세요. 남자한테 당한게 아니고, 여자의 손에 의해 모욕을 당하긴 했어도 정조를 빼앗긴건 아니지 않아요? 제가 경솔한 탓이었죠 뭐!”
“그런 모험을 왜 무모하게 혼자서 했어? 나하고 의논했어야 하는 건데…. 어디 봐, 어느정도 행패를 부렸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 겠다구? 내가 금이야 옥이야 하고 보물단지 아끼듯 아껴온 것을 가로채려 하다니, 용서못해! 어디 내놔 보라니까!”
이만성은 이불자락을 확 걷어 젖혔다. 그리고 잠옷을 홀랑 벗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선은 반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만성은 마지막 남은 팬티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됐어, 미안해. 내가 이성을 잃고 영선을 실망시켜서 미안하구! 어서 잠옷 입으라구”
“오빠 죄송해요. 충격 받을 정도로 걱정을 끼쳐드려서…. 앞으로는 오빠의 지시대로 움직일거예요. 오빠는 모른척하고 계세요! 김정애에게 진 빛은 이자까지 얹어서 갚아주기로 각오가 되어 있으니깐요”
“알았어. 좌절하지 말구 더욱 분발하는게야. 나도 음으로 양으로 도울테니까. 그리고 김정애에게 편지를 건네준 기둥서방도 곧 추려내고 말 테니까 앞으로의 일은 내게 맡겨! 내가 다 알아서 할 생각이야. 작전이 필요해. 내게 방법이 있어. 도선마을 김순익씨를 내세우면 그 사람이 죽이든 살리든 알아서 요리해 줄 테니까. 그녀의 집안에 방준태라는 놈이 숨어 있지. 김순익씨 손에 죽을 뻔한 놈인데, 김정애가 구출해서 자신의 집에 숨겨놓고 있다니까. 그러나 그건 나중에 치를 일이고, 신문기자를 먼저 내세워야겠어. 편지전달자 색출을 위해서…/ 김대호선생님의 비서격인 윤기자라구 있어. 지금 당장 제주성내로 달려가야겠어. 몸 조리 잘하고 있으라구! 자, 다녀올게!” 이만성은 후닥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빠… 몸 조심하세요!”
김영선은 뒤를 따라 나서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주저앉고 말았다. 감격스러울 정도로 고마운 이만성이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로컬거버넌스] 경기 김포시, 교육발전특구 성과보고회](/news/data/20251230/p1160278487779617_377_h2.jpg)
![[로컬거버넌스] 인천관광공사, 연말 겨울여행 명소 추천](/news/data/20251228/p1160273383015143_705_h2.jpg)
![[로컬거버넌스] 전남 영암군, '혁신군정' 성과](/news/data/20251225/p1160285318798120_814_h2.jpg)
![[로컬거버넌스]인천관광공사, 연말연시 인천 겨울 명소 추천···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news/data/20251224/p1160266097659898_239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