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으로 진행된 모 TV 토론 프로그램 방송 도중 한 방청객의 발언에 대해 국회의원 대응이 더해지면서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 후유증이라고나 할까.
이날 있었던 해프닝은 4당 국회의원이 패널로 참석한 토론 프로에서 한 방청객이 “국회의원 2/3가 찬성한다고 해서 국민이 찬성한 것으로 판단하면 안된다”며 “국민의 뜻을 호도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문제점을 지적하자 자민련 정진택 의원이 발끈해서 “대의정치도 모르냐”며 방청객을 몰아부친 사건이다.
대의민주주의는 국민의 대표들이 주체가 되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정치 형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민주국가들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직접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위험성 때문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적 사안에 대한 지식과 판단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할 경우, 이른바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에도 분명한 한계는 있다.
그 한계 중 첫 번째가 바로 의회의 기능 마비로 인한 ‘대표성의 위기 초래’라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원내 최대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산적한 민생현안을 외면한 채 장외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심지어 최병렬 당 대표는 등원을 거부한 채 단식 닷새째를 맞이하고 있다.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첫 번째 한계인 의회기능 마비로 인한 대표성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국민의 참여방안은 제대로 강구되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정치권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앞서의 방송 해프닝이 단적인 예다.
그 날 국회의원은 불손(?)한 방청객 발언에 대해 노여움을 드러냈지만 사실 말이지 방청객의 지적에서 틀린 말은 없었다.
국회야말로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구성원인 국회의원은 자신을 선출해 준 유권자의 주권을 위임받아 입법권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하여 ‘국민의 뜻’을 올바르게 구현해야할 의무가 있다. 민의수렴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툭하면 국민을 앞세우면서 정작 민의를 외면하는 정치권의 속내를 이제는 국민들이 들여다보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속임수가 통한다고 착각하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부끄러움도 모른다.
이런 맥락으로 볼때 그날 방송에서 국회의원은 단지 무식한 용기를 발휘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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