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닐테지? 죽으려고 환장했다면 모를까 지금 때가 어느 때라고 민족반역자의 우두머리 주제에, 면민들을 우롱해도 분수가 있지 면장이 누구네 집 강아지 이름인줄 알았나? 죽고 싶지 않아도 죽어줘야 할 인간인데, 얌전히 죽을 준비나 하지 않고 이토록 사람들을 농락할 수 가 있어 그래?”
백개 천개의 입들이 하나같이 으드득 으드득 이를 갈며 표독스럽게 매도를 했다. 면장자리란 면민들에게 있어서 그렇게도 소중한 자리란 말인가? 어느 마을 할 것 없이 제대로 숨 쉴줄 아는 사람들의 입과 입에서는, 거침없이 불을 뿜는 저주와 욕설이 쏟아져 나오는 판이었다.
“감투도 좋지만, 아무리 닳고닳은 장사치라 한들 흑백을 못 가리고 마구잡이로 욕심을 부려도 괜찮을까? 횡재에는 재앙이 달라붙는 법인데, 그 후환-뒤치다꺼리를 어떻게 하려구? 친일파 중의 친일파, 도저히 구제불능이라니까”
관광면장 이종상-그는 친일파이자 민족반역자라는 소름끼치는 오명말고도, 외지에서 굴러든 이방인과도 같은 존재라는 야점을 지닌 인간이었다. 그는 쥐꼬리만한 일제 나부랑이를 등에 업고, 몇 년전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관광마을에 나타나면서 면민들로부터 눈길을 끌었다.
일제가 내리막길을 굴러갈 때 쯤 해서 그는 악마로 돌변했고 면민 위에 군림하면서, 관광면 안의 상권(商權)을 송두리? 장악했다.
징용·위안부·가보와 양곡 등의 공출에 이르기까지, 독불장군으로서 좌지우지하면서 면민이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제멋대로 행사해온 자였다.
그러던 그였기에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꿈에서 깨어나기를 거부한 채, 제 버릇 개 못주고, 면민들을 밥이나 떡으로 알고 쩝쩝 입맛을 다시며 그 잘난 면장감투를 뒤집어썼으니, 면민들이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재난의 불씨를 무슨 재주로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더욱이 면소재지인 관광마을로 말하자면 면안의 10여개 마을 가운데 서열 첫째로 꼽히는 우두머리 마을이라는 전근대적인 우월감에다 외지인을 경계하고 배척해온 고질적 관념이 철저히 몸에 밴 사람들에 의해 폐쇄적으로 유지되어온, 특이한 마을이었다.
물론 낡은 기질의 닫힌 마을에 대한 반대급부와도 같은 결과였다고는 볼 수 없어도, 27년전 일어났던 ‘법정사 항일투쟁’은 잠자다 변을 당한 격으로 푸른 하늘의 날벼락을 안겨주었다.
일제는 보복조치의 하나로 면민들에게서 행정적 혜택을 밑동에서부터 가차없이 박탈해버렸던 것이었다.
요컨대 외지인에게만이 상권을 허용했고, 면장자리 또한 외지인에게만 주어지는 억만금짜리 노른자였다. 그렇다면 새시대를 맞은 이 시점에서, 지난날의 한많은 적폐는 마땅히 일제의 뒤를 따라 그 발자취가 그림자를 감췄어야 옳았다.
면민들은 한결같이 그것을 소망해온 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상은 시대역행을 범하고 말았으니….
“하늘이 무심치 않다면 철면피한 저 이종상을 면장자리에 눌러 앉히지 않을테지? 관광면민들이여, 어서 잠을 깨고 명예를 회복하자꾸나!”
관광면 유지급 인사들은 밤마다 잠을 못 이루고 이를 갈며 잠꼬대를 하느라 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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