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익, 그녀석 억세게 재수좋은 놈이구나! 5명의 면서기들은 잔뜩 불만을 품고 있으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고, 헐레벌떡 도선마을로 뛰어갔다.
그러나 김순익은 쪽지내용에는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대뜸 사절단을 첩자로 몰아 서릿발같은 추방령을 내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10여명의 낯선 특공대원들을 동원시켜 후미진 뒷골목에서 그들을 때려눕혔다. 그들은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구사일생으로 목숨만을 보존한채 절뚝거리며 되돌아왔다.
“아니,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응?”
이종상은 눈앞이 캄캄했다.
사절단을 저렇게 만들다니 천인공노할 만행을…이종상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고, 하늘과 땅이 온통 노랗게 보일 뿐이었다. 아들형제가 뛰쳐나왔다. 5명의 면서기들은 곧 병원으로 옮겨졌고, 두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어젯밤엔 크게 실망하셨겠지요? 노여움을 푸시지요. 어젯밤엔 가족회의 사람들이 있어놔서 짐짓 명분론을 폈더랬습니다. 자식된 도리로서…아버지를 규탄하고 추방하려는 무지한 대중들의 집단행동을, 어떻게 구경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신출귀몰하는 작전계획을 짜놓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각본대로 연극만 하시면 끄떡없을 겁니다. 잘 아시다시피 대학에서 시나리오 공부를 했기 때문에, 어쩌면 밑천을 뽑게 될지도 모르거든요. 맘 푹 놓으시구 저희들께 모든걸 맡겨 주십시오!”
맏아들 윤근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영근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속이 깊은 녀석, 진짜 효자중의 효자인 것을….
“그래? 듣던 중 반가운 말이구나! 그러나 그 말을 하늘같이 믿었다가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날엔 부자간의 천륜은 끝장이라는 거 알지? 각별히 명심하도록!” 이종상은 날고플 정도로 기뻤지만, 당조짐을 놓고 나니 그제서야 맘이 놓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신출귀몰하는 작전이 뭔지 미리 귀띔해 줄 수 없겠냐?”
“그렇잖아도 말씀드리려는 참이었습니다.”
맏아들 윤근은 아버지의 귀에 입을 대고 심각한 얼굴로, 미주알 고주알 얘기를 지껼였다. 이종상은 흡족한 듯 엷은 웃음을 입가에 흘렸다.
“물질적인 건 걱정말구 침착하게 서두르기 바란다”
이종상은 자신의 구명(救命)운동에 발벗고 나서겠다는 아들의 지극한 효심앞에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 눈 깜짝하는 사이 5∼6일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드디어 운명의 날은 오고야 말았다. 11월10일 오후 3시. 면민들과 면장과의 목숨을 건 격돌의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오후 2시께부터 동쪽과 서쪽에서 격렬한 구호를 위쳐대며 쳐들어오는 ‘사면초가’-군중들의 함성이 관광면 하늘 땅을 뒤흔들었다. 동쪽 6개 마을과 서쪽 5개 마을에서 일제히 떠나온 군중들은 도중에서 합류를 하면서 두갈래로 큰 흐름을 만들었고, 나중에는 한 곳으로 뭉치면서 관광마을 한복판 널따란 5일 시장장터에 운집을 했다.
(1) 친일파면장을 우리 면민들은 면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2) 이종상은 즉각 면장직 내놓고 환고향하라.
(3) 이종상은 면민을 착취해서 긁어모은 재상을 고스란히 면민에게 돌려줘라
마을마다 내건 플래카드를 하늘높이 치켜 들고 3000명을 웃도는 군중들은 목청을 가다듬어가면서 외치고 또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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