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게 뻔한 전투에 몸을 던져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2-30 19:00:1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고향의 가족과 행복하다면… 바람의 검, 신선조’는 19세기 후반 ‘막부시대 말기’가 배경인 일본 무사들의 이야기.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지 않은 일본 시대극이며 사무라이들의 활약이나 이들의 정신 그리고 과거에 대한 일본인들의 애틋한 그리움이 영화 전반을 차지해 관객에 따라 낯설거나 거북스럽게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탄탄하게 짜인 스토리나 매력적인 캐릭터, 히사이시 조의 서정적 음악 등은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볼만한 액션영화로 손색이 없게 한다.

영화는 손자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사무라이 출신 사이토 하지메(사토 고이치)가 이곳에서 과거의 동료 간이치로의 사진을 보고 옛 일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9세기 말, 쇼군(장군)이 이끄는 막부 체제가 미국을 등에 업은 천황파에게 세력을 잃고 있다. ‘신선조’는 당시 최강을 자랑하던 무사 집단.

이 신선조에 모리오카 출신의 시골 무사가 어느날 찾아온다. 순박한 외모와 어눌한 말투, 하지만 칼 솜씨 하나는 누구 못지 않게 훌륭한 이 무사는 요시무라 간이치로(나카이 기이치).

검술 실력으로 대번에 능력을 인정받는 간이치로. 하지만 그는 다른 무사들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기백 있는 모습보다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라는 식의 얼버무리는 말이 입에서 쉽게 튀어나오고 돈을 모으는 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무사의 기백을 얘기하는 자리에서도 그저 고향 자랑을 늘어놓을 뿐.

그가 바라는 것은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아내, 자식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하급 무사이며 교관이던 간이치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이곳까지 흘러 들어왔다.

이런 간이치로가 탁월한 실력과 용맹스러움으로 이름을 날리던 하지메에게 못마땅할 수밖에. 하지만 두사람의 사이에 우정이 싹트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던 중 시대가 어수선해지면서 신선조도 변화의 바람을 맞는다. 집단 내부에서도 천황파와 쇼군파로 분열하게 된 것. 하지메와 간이치로는 돈보다 ‘의(義)’를 쫓아 신선조에 남기로 한다.

한편, 정권을 천황에게 반환하는 대정봉환(大正奉還)이 이뤄지고 이윽고 교토의 치안을 담당하던 신선조의 임무도 없어지면서 무사들은 자신들의 쇼군을 위해 전투에 참여한다.

감독은 ‘음양사’ 시리즈와 ‘비밀’로 알려진 다키타 요지로. ‘철도원’의 원작자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주연배우 나카이 기이치와 사토 고이치는 각각 ‘기묘한 이야기’와 한일 합작 영화 ‘KT’로 우리에게 얼굴이 알려져 있다.

상영시간 104분.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