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턱에 피투성이가 된 이종상이 게걸거리는 목소리로 떠들어대다 시큰둥하니 담장 아래로 내려섰다.
“잠, 잠깐 여러분!”
미군과 경찰을 이끌고 온 책임자로 보이는 미군대위가 담장위로 뛰어올랐다.
“여러분, 지금 기분이 어떻신지요? 이종상 면장이 어떤 인물이라는게 인제 알 것 같소? 그분은 여러분이 폭도로 변하기 전에 여러분을 구제해 주신 생명의 은인이 아닐까요? 여기 동참한 무술인들과 많은 경찰들은 육지부에서 지옥으로 갈 뻔한 여러분을 살려주기 위해 달려온 고마운 사람들이오. 제주도는 예부터 민란(民亂)의 고장으로 정평이나 있는 독특한 지방이라는 말을 들었소. 이제 민란시대는 끝났소. 세계 제1의 막강한 미군이 주둔해 있고, 일단 유사시엔 육지부에서 응원부대가 득달같이 달려오게되면 그릇된 민의(民意) 눈 ‘바람앞의 등불‘일 수 밖에 없을 것이오. 배타적인 고아기질 반항적인 수인(囚人)습성들을 뜯어고치는 것만이 전화위복이 아닌가 싶소.
민주주의 첫걸음은 매스컴을 바탕으로 한 언론이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엄중히 일깨워두고 싶소. 이상이오. 조용히 해산해 주시오!”
미군대위는 신나게 떠들어대다 밑천이 동났음을 알고 후딱 담장 아래로 뛰어 내려왔다.
바로 그때였다.
관광마을 북쪽, 그러니까 한라산 터 지축을 뒤흔드는 총소리가 한참동안 울려퍼졌다.
도대체 누가 쏘는 총소리일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뛴다고, 중무장을 한 군·경들 앞에서 간덩이가 콩알만큼 오므라든 군중들은 같은 패거리의 군·경이 진로를 가로막고 기습작전을 펴자는게 아닐까 싶어 모두들 공포에 떨었다.
그러나 눈앞의 미군과 경찰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공격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을 보고, 군중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한 패거리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주도내 전역에 걸쳐서 일어나느냐 어떻냐를 가름할 ‘관광면장 타도’운동이 무장군·경의 방해로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가슴아프게 생각한 사람은 서병천이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제주도가 송두리째 바다에 침몰되는 한이 있어도 버릴 수 없는 꿈, 그것은 ‘황제의 꿈’이었다.
서병천은 그 꿈을 제주도에서 이루어야 했으므로, 제주도를 떠날 수 없었다.
그 신호를 서병천은 한라산 기슭에서 숨가쁘게 울려퍼진 총소리로 대신 한 셈이었다.
‘관광면장 타도사건’은 멀잖은 장래에 일어날 ‘제주대항쟁’의 밑그림이 되어야 할 터인데…. 고정관·조용석·이만성 등은 부랴부랴 고향을 등지고 경성으로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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