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변을 토하신 서변천 동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내가 가슴속에 품었던 얘기를 서동지가 앞질러 터뜨려버렸기 때문에, 밑천은 동이난 셈입니다. 그러나 사족(蛇足)을 붙이는 꼴이 되겠지만, 한마디 아니하고 그냥 떠나버린대서야 말이나 되겠습니까?”
이렇게 서두를 꺼낸 다음, 입에 게거품 물고 기관총 쏘아대듯 숨가쁘게 퍼붓기 시작했다.
“저는 놀랐다기 보다 실망했습니다. 선량한 면민들을 무차별학살 할 것처럼 떼지어 몰려와서 콩 볶듯이 총을 쏘아댄 무장군인과 경찰의 미치광이 놀음을 지켜보고 말입니다.
우리 관광면민들이 그네들에게서 총부리를 겨눠야할 무서운 적군이라고 지레 겁을 집어먹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그렇게 착각을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멀쩡한 군인정신으로 죄없는 민중의 가슴에다 총부리를 들이댈 수가 있는 일인지 답답합니다.
참으로 개탄스런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네들이 무슨말로 변명하고 어떤 식으로 합리화를 하든 간에, 우리는 졸렬하고 경솔한 망동이었다는 점을 절대로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고 여겨집니다.
결과적으로 그네들은 이종상을 보호하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한 사병(私兵)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난을 모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네들은 승전국의 군대로서 이 땅에 주둔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에서 온 손님이지 이 겨레의 동족은 아니지 않습니까?
면민과 면장의 싸움은 어디까지나 집안싸움인데, 굿이나 보다가 떡이나 얻어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떻게 개입을 하고 총을 쏘아대는 난동을 부릴 수가 있는냐 그말입니다.
우리는 기필코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편법으로 감투를 쓴 이종상을 주둔군 최고 사령관으로 착각한 탓이었을까요?
우리는 그래서 관광면민의 평화적인 시위를 총칼로 과잉진압케 한 장본인이 누구였는지? 혹시 주둔군 최고사령관의 지시였는지? 우리는 그 대목을 명확하게 가려내지 않고, 우물쭈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민주국가의 민주군대이므로 나라와 주인인 국민의 위상에 대한 인식이 머릿속 깊이 박혔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이 말은 그만큼 그네들은 민의의 준엄함을 알고, 민의앞에 두려움의 선입견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그네들은 남의 나라의 국민에 대해서도 선진 민주군대의 몸가짐에 훼손이 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만이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을터인데, 민중 앞에서 총을 난사하고 자살행위와도 같은 추태를 부렸으니, 그네들은 위해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옳을지 적합한 말을 찾을 수 없음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번 실수는 兵家(兵家)의 상사(喪事)라는 말도 있으므로, 관광면민 앞에서 벌였던 총기난사사건을 교훈 삼아 두 번 다시 과오를 되풀이하는 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는 말을 덧붙여두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새로이 출범한 ‘건준’을 구심체로, 서병천동지가 앞장서서 슬기롭게 대처해나갈 것을 믿어마지 않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으니까 절대로 위축되지 말고, 한층 더 동지여러분의 분발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너무 장황하게 늘어놔서 죄송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패기와 지신감이 폭발할 것처럼 넘쳐흐르고 있었다. 비슷한 내용의 얘기가 조용석과 이만성의 입에서도 쏟아져 나왔었다.
토론이 끝나자 서병천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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