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처럼 솟구치고 설산처럼 가라앉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1-10 16: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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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혜무용단 ‘山’ 2004년 정신혜 무용단의 ‘산(山)’공연이 19일(월) 오후 4시30분과 8시 두차례에 걸쳐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선보인다.

‘산’의 공연은 지난해 ‘결(決)’이란 작품으로 부산무용제 대상과 전국무용제 은상을 수상하고 한국안무가 경영대회에서 ‘푸른 장미’로 2003년 많은 화제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정신혜무용단이 2004년 벽두에 선보이는 주목받는 작품이다.

새로운 동작과 독창적인 구성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하며 모색하는 젊은 안무자로 평가받고 있는 정신혜무용단이 보여주는 ‘산’의 상징과 이미지는 2002년과 2003년 연이은 무대공연지원 작품으로 때론 화산처럼 솟구치고 때론 설산처럼 나지막히 가라앉는 그런 다양한 시선과 초점으로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정신혜무용단의 신작 ‘산’은 분명한 제작 컨셉과 연출, 무대미술, 음악 등 여러 부문과의 협업 작업이 작품 전편에 걸쳐 진지하게 시도된 의욕적인 무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30년 초반 젊은 안무가의 개인 공연으로 큰규모인 60분 길이의 대형 작품인데다 직업무용단에 버금가는 제작 시스템을 보여주는 무대이며, 내용적인 구성면이나 전체 작품의 질이 일정괘도에 올라있는 작품이라는 평이다.

크게 다섯 장면으로 나뉘지만 ‘산’은 무대위에 불쑥 솟아 있는 무대세트인 바위산을 중심으로 그이미지들이 서로 소통토록 했으며 조명에 의해 바위산이 축소되거나 확대되면서 때로는 춤을 살려내고 때로는 춤의 영역을 제한시킨다.

제1장 자락, 제2장 기슭, 제3장 비탈, 제4장 등성, 제5장 마루 등 다섯장면을 춤으로 표출하는데서 오는 한계를 스테프들은 고정된 무대미술에 변화를 가하고 때로는 이를 이용한 무용수들의 동선을 통해 확보해낸다.

제2장에서 거대한 바위산의 형상이 들어 나면서 그밑에 붉은색 의상의 무용수가 등장 혼자 춤을 추는 장면은 작품 전체를 통털어 가장 이미지가 선명하며 조명을 이용해 무대 전면으로 점차 동선을 이동하면서 추는 정신혜의 솔로 춤은 넘쳐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조율되어 관객을 압도해 가기에 충분하다.

물 흐르는 듯한 굴신과 적당한 시점에서 반복되는 정지와 이동, 뛰고 솟구치고 바닥에 신체를 밀착시키는 움직임의 변화과정, 춤으로 넓은 무대를 휘어잡는 그녀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으며 폭이 넓은 의상을 좌우로 이용하는 재치나 객석에 등을 보였을 때 치마를 좌우로 활용하는 구성 등은 안무자로서의 남다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바위산에 달이 뜨고 어둠속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마지막 장면은 시각적으로 오랬동안 기억 될 만큼 무대 스테프들의 역량이 돋보이며 군대군대 서있는 무용수들과 무대 바닥에 엎드려있는 무용수들 바위산 자락 곳곳에 보일 듯 말 듯 신체를 내맡긴 무용수들의 구도는 화폭 위에 정밀하게 구도가 잡힌 화가의 정물화를 보는 듯 정교하게 짜여졌으며 바위산 아래서의 정신혜씨의 춤과 함께 이작품의 백미를 이루고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직업 무용단과 견줄만한 프로덕션을 시도한 것도 그렇지만 무대 스테프들과 협업과정의 성과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댄서들의 앙상블을 조율하고 춤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안무자로서의 감각 등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의욕적인 작품이라는게 준비과정에서 지켜본 무용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임병화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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