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개봉한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는 할리우드식 사무라이 영화. 에드워드 즈윅이 메가폰을 잡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지만 무대가 일본이고 주요 등장인물도 모두 일본인이다.
때는 메이지(明治) 천황이 바쿠후(幕府) 권력을 누르고 열도의 지배자로 나선 1870년대 일본. 천황은 서구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군대를 총포로 무장하고 사농공상(士農工商) 제도를 폐지한다.
또한 폐도령(廢刀令)과 단발령(斷髮令)을 내려 무사들이 칼을 차고 다니는 것을 금지하고 길거리에서 촌마게(일본식 상투)를 자르자 사무라이(侍)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줄거리는 태평양 너머 미국에서 시작된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제7기병대 출신의 미군 대위 네이든 알그렌은 총기회사의 선전장에서 사격술 시범이나 보여주면서 술로 소일한다. 그런 그에게 일본 고위관료 오무라가 천황군 교관으로 일해줄 것을 제안한다.
1876년 일본으로 건너온 네이든은 사격술을 가르치며 천황군의 근대화에 힘쓴다.
그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무라는 메이지 유신에 끝까지 저항하던 무사집단 가쓰모토 부대를 공격할 것을 명령한다. 네이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동한 천황군은 가쓰모토 부대에 궤멸되고 네이든은 가쓰모토 부대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검술을 접한 그는 무사정신에 매료된다.
한편 가쓰모토는 천황에게 전가(傳家)의 보검을 바치며 무사정신을 지켜줄 것을 간청하나 오무라를 비롯한 측근의 방해로 자결을 명령받는다. 네이든은 가쓰모토의 부하들과 함께 궁성을 습격해 옥에 갇힌 가쓰모토를 구출해낸 뒤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사무라이 최후의 전쟁이 일어나기 10여년 전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일어났음을 상기시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미군 장교가 갑옷 입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엉뚱하게 비쳐질 만도 하지만, 남북전쟁이 끝난 뒤 용기ㆍ희생ㆍ명예 등 군인의 덕목이 사라지자 주인공이 일본으로 건너가 무사도에 빠진다는 설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사무라이들이 칼과 활을 앞세우고 총포로 무장한 천황군과 격돌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 피와 살점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고 전사들의 가쁜 숨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리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TV 사극 전문배우 와타나베 겐의 열연이 돋보이며 거장 한스 짐머의 음악도 비장함을 잘 살려내고 있다. 톰 크루즈의 검술 솜씨와 일본어 실력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지난 4일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는 첫주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 관객으로서는 사무라이 정신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듯한 태도에 거부감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
사무라이 최후의 전투 세이난(西南) 전쟁을 일으킨 실존 인물은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한 정계의 풍운아 사이고 다카모리. 에드워드 즈윅 감독도 그의 일대기를 읽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
더욱이 미국의 도움으로 신식 병기로 무장한 일본이, 미국에게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군함을 앞세워 우리나라에 개항을 요구하고 결국 한반도를 병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천황군을 조련하러 일본에 온 네이든 대위에게도 호감을 갖기 어렵다.
상영시간 153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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