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재개관 앞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미리 가본다 1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이달말 재개관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신’하게 될까.

지난 3일 오후 찾은 대극장 공사 현장은 아직 막바지 망치질, 용접 소리가 한창이었지만 이미 이전과는 ‘확’ 달라진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78년 문을 연 이후 20여년만에 시도한 이번 공사는 모두 320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노후한 무대·음향 시설을 전면 교체하고 객석 재배치 등을 통해 관람객의 편의를 높인 것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

공연장 내부로 들어가 봤다. 1층 정면 양 옆 출입구에 휠체어 장애인들을 위한 경사로가 새로 설치된 것이 눈에 띄었다.

내부로 들어가자 마자 시야를 사로잡는 것은 붉은색으로 교체된 깔끔한 객석과 각각의 객석 등받이 뒷부분에서 일제히 환하게 빛나고 있는 작은 액정 화면들이었다.

이 모니터는 관객이 앞사람의 의자 뒤에 달린 화면을 통해 오페라 자막이나 공연정보 등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등 해외 일부 극장에는 이미 도입돼 있으나 국내 공연장에 설치되기는 이번이 처음.

특히 자막 등 글씨 뿐 아니라 채널 조정을 통해 동영상 화면까지 볼 수 있으며, 자막은 영어, 일어, 이탈리아어 등 외국어로도 제공된다. 또 관객이 직접 버튼을 눌러 끄거나 켤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공연중에는 아예 꺼지기도 한다.

이 화면은 대극장 3층을 제외한 1, 2층 객석 전체에 설치됐다. 3층의 경우 객석의 경사도가 심해 앞 좌석에 달린 화면을 보기가 불편한 점을 감안, 대신 극장 양벽에 붙박이 스크린을 달아 놓았다.

객석 수와 크기도 달라졌다. 보다 쾌적한 관람을 위해 대극장 전체 객석수를 3822석에서 3075석으로 800석 가까이 줄이고, 대신 객석당 크기를 가로 5cm, 세로 10cm 정도 늘였다.

앞사람의 머리가 무대를 가리지 않도록 1층 객석 뒷부분의 경사도 이전보다 60cm 정도 높였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칙칙했던 내부는 적갈색톤의 원목 인테리어 덕분에 은은하고 고급스런 분위기로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2층 객석 중앙 뒷부분에 있던 영사실을 귀빈석으로 바꾸고 1, 2층 맨 뒤쪽 일부를 장애인석으로 비워놓은 것도 달라진 부분.

하지만 이 가운데 뭐니뭐니해도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바로 음향 설비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2300석, 콘서트홀이 2600석인데 반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3000석이 넘는 대형 극장인데다, 클래식 전용홀이 아닌 다목적홀이기 때문에 객석 구석구석까지 소리가 잘 전달되면서도 여러 장르에 적합한 음향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무대음향 및 조명 설비, 음향반사판을 새로 바꾸고 음장제어장치를 새로 설치하는데만 46억원이 들었다.

음장제어장치는 공연의 종류에 따라 최적의 음향을 낼 수 있도록 소리의 잔향과 음압을 조절하는 장치.

예를들어 이번 공사에서 대극장의 잔향치는 1.3초 수준에 맞춰 설계됐으나 클래식 공연에 적합한 1.4~1.5초 수준의 잔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잔향치를 인위적으로 높여주는 것이 바로 이 음장제어장치다.

개보수추진단 박내선 부장은 “음향공사를 막 끝내고 현재 테스트 작업 중”이라며 “어느 객석에서라도 고르게 소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한편, 무대와 객석 사이를 열고 닫는 무대막 위에는 김병종 화백이 그린 ‘생명의 노래’가 한폭의 거대한 동양화 작품으로 펼쳐지게 된다.

경남 진주에 있는 무대막 제작업체 동굉산업이 가로 28m, 세로 12.5m 크기로 제작한 것으로, 오는 15일 서울로 실려와 설치될 예정.

이 모든 것은 오는 28~29일 전야 행사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빈필 공연을 시작으로 다음달 2일부터 5월9일까지 두달여간 재개관 축하 페스티벌도 화려하게 열린다.

/임병화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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