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운동의 대모 ‘스타이넘’ 인생 70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3-03 18: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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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 ■아름다운 페미니스트…
“여성성이란 없다. 인간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열정적인 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시대를 달궜던 여성운동의 대모. ‘미니스커트에 긴 생머리 차림’으로 페미니스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날려버린 혁명가.

올해로 벌써 일흔의 나이를 맞이한 세계 여성운동의 ‘산증인’ 스타이넘의 70년 인생을 다룬 평전 ‘아름다운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번역, 출간됐다.

캐롤린 하일브런이 1995년에 발표한 670여쪽 분량의 이 책은 스타이넘은 물론 그 주변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가족 내력, 성장기, 활약상, 내면의 방황, 동료·남자 관계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스타이넘의 활약상은 타고난 내력이라고도 여겨진다. 그녀의 할머니는 여성 참정권을 주장한 운동가였고, 어머니 역시 여성의 사회활동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기에 기자로 활동했다.

그녀는 명문 스미스 여대 정치학과에 진학, 우등으로 졸업했으나 약혼자와의 원치 않은 임신, 이로 인한 중절수술 등 뜻하지 않은 경험도 겪게 된다.

졸업 후 떠난 인도여행은 여성의 고난과 굴레를 직시하고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운동을 경험하게 된 중요한 계기였다.

이 때의 기억은 스타이넘이 20년 후 펼친 농장 노동자를 위한 운동이나 민권운동, 베트남 전쟁 반대운동 등의 토대이자 여성성 이전에 인간성을 중시한 그녀의 페미니즘 모태가 됐다.

스타이넘은 1963년 ‘플레이보이 바니걸’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자유기고가였던 그녀는 플레이보이 클럽의 ‘바니걸’로 위장 취업해 클럽 내 매춘과 노동착취 실태를 폭로한 기사를 게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72년에는 최초의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를 창간, ‘미스’(Miss) 또는 ‘미시즈’(Mrs.)로 불리던 여성의 칭호를 ‘미즈’(Ms.)로 통일하는 ‘미즈 운동’에도 앞장섰다.

‘결혼은 관계를 파괴하는 제도’라고 주장하던 그녀가 지난 2000년에는 66세의 나이로 세살 연하인 데이비드 베일과 ‘첫 결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자 캐롤린 하일브런은 컬럼비아 대학 영문과 교수로 30년 이상 재직하며 수많은 연구서를 발표한 문학비평가로,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면’ ‘여성성의 재정의’ ‘문턱에서 본 여자의 삶’등의 저서가 있다.

해냄刊. 692쪽.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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