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서 개고기까지… 육식 터부의 문화 탐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3-30 19:58:2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 고기는 먹지마라? 김병화 옮김/돌베개 刊 기원전 450년대 무렵에 활약한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당시 이집트인 대부분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돼지를 치는 사람과 접촉하지도 않았고, 혹시라도 돼지에 몸을 스치기라도 하면 나일강으로 곧장 달려가 옷을 입은 채 물에 뛰어들어 몸을 씻었다.

돼지에 대한 터부는 고대 히브리사회에서 비슷했던 듯, ‘레위기’에 의하면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간주하고는 그 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일대 이슬람사회에서 돼지 고기 기피 현상은 널리 알려져 있고, 또 그것이 이슬람교라는 특정종교와 밀접하다는 상식이 자리잡고 있으나, 고대 이집트 및 히브리사회에서 관찰되는 돼지 터부 현상은 서원 후 7세기 무렵에 형성된 이슬람교 외적인 원인을 생각케 한다.

물론 이런 문화적 기반을 이슬람교가 흡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특정 고기에 대한 터부 문화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음을 확인케 한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설혹 개고기를 혐오하는 사람들에게도 한국에서 그다지 호평을 듣는 축에는 들지 못할 것이다.

다른 나라 음식문화에까지 끼어 들어 동물 보호를 내세우며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이 마치 원시미개인이나 되는 양 취급하는 듯한 행태가 곱게 보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미국 지리학자로서 캘리포니아-데이비스대학 명예교수인 프레데릭 J. 시문스가 현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는 대체로 개고기를 먹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에티오피아 종족들은 불결하다 해서 개고기를 혐오한다.

최근 완역된 ‘이 고기는 먹지 마라?’(부제 ‘육식 터부의 문화사’)라는 책에서 시문스는 7가지 대표적인 육류 식품, 즉 돼지고기ㆍ쇠고기ㆍ닭고기와 달걀ㆍ말고기ㆍ낙타고기ㆍ개고기ㆍ생선을 골라 그것들이 활용되거나 기피되는 현상을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탐구하고 있다.

각 지역 다양한 문화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를 수행하고 난 다음,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음미할 만한다.

시문스에 따르면 음식 금기를 해명할 수 있는 단일한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중동지역 돼지고기 터부현상만 해도 이슬람이라는 종교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병화 옮김. 돌베개 刊. 660쪽. 2만8000원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