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없는 마을 몸이 근질근질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4-01 20: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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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 마지막 늑대 시에서 온 최 형사(양동근). 끼니를 찾아 먹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고 달리는 차에 매달리기 일쑤.

게다가 흉악범들은 경찰ㆍ검찰을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둘러 대는 세상이니, 최 형사 도시를 떠나 시골마을로 전근을 온다.

‘다시는 일 안한다’를 외치며.

한편, 현지 토박이 고 형사(황정민). 농사꾼 출신으로 거듭되는 시험 탈락 끝에 서른 넘어 경찰복을 입게 된 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운다. 하지만, 이 작은 마을에서 그가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는 듯.

아무리 ‘범죄 박멸’을 꿈꾸면 뭐하랴. 범죄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데.

4월2일 개봉하는 영화 ‘마지막 늑대’(제작 제네시스 픽쳐스)는 두 중심 인물의 탄탄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다.

한 쪽에서는 소를 쉬게 하고 대신 쟁기를 끌 정도로 일을 못해 안달인 형사가 있는 반면 동시에 다른 한 형사는 러닝셔츠 바람에 경찰복을 풀어헤치고 한가하게 마실이나 다닌다.

대조되는 두 인물에 대해 감독이 풀어가는 방식은 관객들에게 기분좋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지독하게도 범죄가 없는 한가한 마을을 설명하는 에피소드나 억지로 범죄를 만들려는 최 형사가 벌이는 소동들도 부담없는 이 코미디 영화가 주는 자잘한 재미들이다.

하지만 에피소드의 강약이나 스토리의 높낮이 조절에 실패해서일까. 영화는 잽만 있고 결정타가 없는 권투 선수처럼 잔 재미만 풍성할 뿐 전체적 흐름의 재미는 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봉했던 비슷한 설정의 스웨덴 영화 ‘깝스’를 이미 본 관객들이라면 ‘사건을 만들려는 경찰’이라는 엉뚱함이 주는 이 영화의 재미도 어느 정도는 반감될 듯하다.

영화의 배경은 강원도의 한 산골 오지마을. 두 형사가 처음 만난 지 1년. 서울에서 온 최 형사는 숲과 계곡에서 낮잠이나 자고 심심하면 나무의 숫자나 하나씩 세며 시골 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부지런히 일거리를 찾아 땀을 흘려대는 고 순경은 놀고 먹는 최 형사도, 아무리 찾아봐도 사건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시골 마을도 한결같이 싫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 정의감에 불타는 고 순경에게 서울에서 ‘진짜’ 경찰 생활을 할 기회가 생긴다.

바로 ‘국가 예산 절감을 위해 실적 없는 파출소를 폐쇄한다’는 내용의 공문이 상부에서 내려온 것.

이제 최 형사는 한가한 마을에 범죄를 유치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반대하던 고 형사도 ‘서울의 영등포서로 갈 수 있도록 손써주겠다’는 최 순경의 꼬임에 넘어가 작전에 합류한다.

새참 먹고 경운기 모는 농부들 음주단속에 이웃 사이에 싸움 붙이기, 점당 10원짜리 화투를 치는 할아버지들 체포하기 등등 점점 ‘쪼잔’해지는 두 사람의 행각.

하지만, 그러던 와중 마을 한쪽에서는 진짜 범죄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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