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용계 미래가 보인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4-08 20: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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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4人 신작무대 마련 LG아트센터는 오는 16~17일 개성과 역량을 갖춘 안무가 4인(안성수 김은희 박호빈 허용순)의 신작무대를 마련한다.

치밀한 구성력이 등록상표인 안성수(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말러의 교향곡 9번 ‘대지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1년여에 걸쳐 만든 ‘이상한 나라’를 올린다. 지난해 두 차례 공연한 것을 보완한 완결편이다.

이상한 나라에 존재하는 10개의 물체는 방문자들의 기억 속에 간직된 정보를 섭취해 진화하고 있다. 그들은 사람의 뇌에 기억된 장면들을 초능력으로 읽어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10개의 물체가 발생한 이후 방문자가 몇 되지 않아 이들의 진화단계는 아직 미숙하고, 사고의 능력도 없으며, 초기 진화단계의 생물들처럼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한국무용 현대화 작업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쌓고 있는 김은희(김은희무용단 대표)는 ‘소실점’을 발표한다.

김은희를 오랫동안 사로잡아온 주제인 ‘죽음’에 대한 작품이다.

현실에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웃음 뒤에 감춰진 고통을 하소연하는 통로로 선택한 죽음. 그의 한결같은 주제가 이번 무대에서는 평행을 달리는 두 선이 시간과 공간을 통과하며 만나는 소실점의 이미지로 포착된다.

창백하고 깔끔하며 우아한 기품을 지닌 독특한 분위기와 고농축 집중력, 유연한 테크닉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김은희는 한국무용의 현대적 변형 작업에 몰두하는 수많은 안무가들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띄는 존재이다.

실험성과 극적 구성으로 젊은 관객들에게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박호빈(까두무용단 대표)은 ‘돌아온 퍼즐 속의 기억’을 선보인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떤 특별한 냄새, 독특한 맛, 묘한 소리에 감춰진 기억을 지니고 있다. 삶의 무게로 인해 잊혀졌던 잡동사니같은 기억의 파편들이 마치 퍼즐처럼 얽히면서 실체를 드러낸다. 정교한 연출로 극적 구성을 확보하되, 그 안에서 자유롭게 표출되는 무용수들의 개성있는 움직임, 단순하면서도 변화무쌍하게 상상력의 꼬리를 이어가는 오브제와의 교감을 보여준다. 마치 퍼즐을 맞춰가듯 생각하면서, 혹은 상상하면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마지막으로 독일 뒤셀도르프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에서 이제는 안무가로서 역량을 드러내기 시작한 허용순은 서울 발레 시어터와 함께 모던 발레 무대를 펼친다.

작품명은 ‘길이 만나는 곳’(Chemins de Rencontres).

허용순은 클래식보다는 네오 클래식이나 모던 발레의 주역을 주로 맡아왔는데, 이는 안무자의 의도를 살리면서 그 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그의 탁월한 표현력이 꽉 짜인 클래식보다는 무용수의 개성을 보장하는 모던 발레에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허용순은 지금까지 윌리엄 포사이드, 마크 에츠, 한스 반 마넨, 유리 바모스, 우베 숄츠, 이리 킬리안 등 유럽의 정상급 안무가들의 작품에 출연해왔다.

공연시각 16일 오후 8시, 17일 오후 6시. 입장권 2만, 3만원(사랑티켓 참가작)

문의 02-2005-0114, www.lg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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