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과 새로운 성장의 길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2-29 20:45:2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김 근 태 (보건복지부 장관) {ILINK:1} 요즘 경제가 어렵습니다. 지방경제는 특별히 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 우리 경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높은 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도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과연 그게 가능한가?’하는 말을 듣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왜 우리 사회가 높은 성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경제적으로 우리 사회는 아직 중진국 수준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이 꼭 필요합니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에 대비해 충분한 경제적 여력을 확보해둬야 합니다. 나중에 통일이 된 다음에 북한을 시장경제에 참여 시키고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할 수 있을 때 충분히 벌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고 고생합니다.

높은 성장을 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바로 턱없이 부족한 사회복지 투자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예산지출은 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입니다. 전체 예산의 8.7% 정도 됩니다. 우리는 이것도 많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실은 서구의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 수십년동안 이런 비율로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우리와 서구의 사회복지 격차는 엄청납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년동안 반 강제적으로 물을 가두어 왔습니다. 사회복지 투자는 최소화 하고 경제성장에만 매달려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물을 가두는데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사회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복지 수요를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성장’이 필수적입니다. 문제는 새로운 성장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좀 더 복잡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IMF 외환위기입니다. IMF 이후 우리 경제는 체질이 변했습니다. 중산층과 서민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한층 심화됐고 양극화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미국이나 영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전통적으로 굉장히 평등주의를 요구하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분열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세금과 사회보험 부담을 늘리고 있지만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영향 때문에 우리 사회는 서바이벌 게임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탈락하면 곧바로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불안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2차, 3차, 4차 패자부활전이 보장돼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사회적 부담이 줄어듭니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대립을 완화해야합니다. 사회안전망이 잘 작동하면 새로운 성장을 할 수 있는 사회통합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성장도 하고 복지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두고 우리 사회에 논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성장우선이냐 복지우선이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세금이나 사회보험 같은 국민부담이 커집니다. 그러나 몸이 아픈 사람이 진통제만 맞아서는 안 되고 고통스럽더라도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하듯이 피할 수 없는 부담이라면 담담하게 감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인식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동의하고 있을까요? 사실, 우리 국민은 인정이 많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이나 노인, 여성, 아동 같은 취약계층을 도와야 한다는 점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하자, 더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연민과 동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기 위해 이만큼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나눠먹기’를 한다고 비난합니다. 당장 개인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논리적 분열 현상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열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적으로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경제적으로도 성장과 복지를 선순환 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우리가 아직 이런 점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저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중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낙관적입니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만큼 냉전의 최전선에 서있었던 나라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다 이뤄냈습니다.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 두 가치가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우리 내부에서 작동한 용광로 안에서 결국은 대타협을 이뤄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두고 팽팽한 긴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양쪽의 힘이 팽팽하다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너죽고 나죽자’는 식으로만 가지는 않고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에겐 그런 경험과 저력이 있으니까요. 이런 사회적 대통합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