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볼만한 책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2-24 20: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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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그래도 문학이 있어야 할 이유’ - 김병익 -
문학이 더 이상 현실의 주도적 가치와 역할을 가지기 힘들다는 전망 앞에서 시간의 때를 타지 않고 문명의 변화라는 파고를 이겨낼 수 있는 인류의 영원한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진지한 문학만이 21세기적 패러다임의 위협으로부터 문학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문학평론가 김병익의 비평집이다.

40여 년간 문학과 출판을 위해 헌신해온 저자가 ‘21세기를 받아들이기 위하여’ 이후 3년 만에 낸 비평집이다.
2000년대 이후 발표된 신구 세대 작가들의 작품론을 중심으로 이뤄진 12편의 평론과 문학일반에 관한 글 7편, 문학의 변두리 글 5편 등이 함께 묶여 ‘진지한 문학’의 실증적 예시와 함께 그 방법론 및 문학적 단상들로 채워졌다.

저자는 “엄숙하고 고통스러우며 인간으로 하여금 반성과 꿈을 키우는 문자 예술로서의 문학이 여전히 살아남아야 하며, 살아남아 있음으로써 우리의 의식과 정신, 정서와 꿈으로 우리 내면 속에서 움직거려야 한다”며 “이 문학을 구분하기 위해 진지한 문학이란 이름으로 부른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학사’ 다시읽기, 이청준·김영현·김영하의 경우를 통해 ‘소설가는 왜 소설을 쓰는가’를 탐색, 나의 소중한 책들 등 기자에서부터 출판사 대표, 교수를 지내고 있는 이 시대의 중량급 논객의 무게를 새삼 느껴볼 수 있는 글들이 실렸다.

김병익 지음. 문학과지성사, 324쪽, 1만3000원.


왜곡된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
‘미실’ - 김별아 -
‘미실’은 신라의 전성기 때 진흥제, 진지제, 진평제와 사다함 등 당대의 영웅호걸들을 미색으로 녹여 낸 신라 여인 미실을 통해 현대와 같은 성(性) 모럴이 확립되기 전의 신라로 거슬러 올라가 가장 자연스러운 여성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외할머니 옥진으로부터 온갖 미태술과 기예를 배우며 성장한 미실이 지소태후(진골정통)와 사도왕후(대원신통)의 권력다툼 과정에 휘말려 자신의 잔인한 운명을 깨닫게 되고 사랑을 빼앗긴 후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에 충천해 냉혹한 여인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색을 통해 권력이 되는 미실은 전형적인 ‘팜므 파탈’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그러한 자기 운명에 충실하면서도 포박당하지 않는다.

음란하고 방종한 나라가 아닌 아름다움을 섬기고 모신 신라,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여인 미실을 통해 욕망과 본능이 억압된 왜곡된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1억원 고료 제1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예스럽고도 우아한 문체 속에 거침없는 성애묘사가 소설과 역사를 읽는 묘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김별아 지음. 문이당, 352쪽,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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