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엑스포 첫날부터 ‘삐걱’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1-30 19: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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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오작동… 바가지 요금… 코리안 타임… 3000원 수준 식사 2만원에 내놓기도

공연땐 중국팬등 무시 일본어 진행


29일부터 100일간 대장정에 나선 한류 엑스포가 첫날부터 ‘허점’을 드러내며 관람객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사라진 ‘코리안 타임’이 부활했고 기계는 오작동했으며 운영은 미숙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개막식과 오후 축하공연이었다.

개막행사는 당초 오전 10시30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50분 가까이 지난 11시15분께가 돼서야 시작됐다. 가수들의 개막 축하공연 역시 약속된 시간을 30분이나 넘기고서야 진행됐다.

특히 개막 축하 메시지를 담은 영상물 상영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축사는 음향 말썽으로 ‘먹통’이 됐다.
공지 프로그램인 ‘스타의 핸드 프린팅’은 아예 취소됐다. 배용준이 참석한다고 전해졌고, 실제 행사 직전 주최측은 이와 관련한 시설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직위가 배용준 측과 사전 조율하지 않은 탓에 행사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에 차린 뷔페식 점심도 관람객의 불만을 샀다. 뷔페의 가격은 2만원. 메뉴는 김밥, 만두, 샌드위치, 돈까스, 탕수육, 미역국, 김치가 전부였다.

일본 관광객과 함께 현장을 찾은 어느 관람객은 “3000원 수준 밖에 안 되는 식사를 2만원이라는 거금에 내놓은 것을 보고 딴 나라 사람 보기 민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팬 상당수가 여행사 패키지를 통해 2박3일 일정으로 150만원이라는 만만찮은 비용을 들였는데, 여기에 개인 돈으로 사먹는 점심이 너무도 형편없어 괜히 내가 미안했다”는 것이다.

이 관람객은 “한류 축제로 한국 문화를 알리고 관광수익까지 올리면 일석이조 아니겠냐”면서도 “장삿속에 급급, 세심한 배려는 뒷전인 모습이 한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오후 축하공연은 오로지 일본인만을 위한 행사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행사가 대부분 일본어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MC 강병규는 우리말, 윤손하는 일본어로 사회를 보는 식이었는데, 객석의 한국인조차 무대 위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 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일본어 일색이었다. 출연 가수들도 일본어 인사말을 건네며 환영을 받았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본인에 국한했다.

홍콩팬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한국인은 “팬들 대부분이 일본인이었지만 홍콩 등 중국 팬도 적지 않았다”며 “중국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누가 될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배용준 매니지먼트사나 팬클럽을 만나면 서운했다고 털어놨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이 “남의 잔치에 왔다가 소외된 기분이었다”고 아쉬워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람객도 “한류 엑스포 패키지 상품이 주로 일본에서 판매돼 일본팬이 절대다수였다 해도 이날 행사는 한국스타와 일본팬만을 위한 잔치였다”고 꼬집었다.

이날 조직위 관계자들은 행사 중간중간 “한류 브랜드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쭉쭉 뻗어나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지난달 진주에서는‘2006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이 열렸다.

당시 축제와 이번 행사는 ‘한류’와 ‘스타’라는 이름을 걸었다는 점에서 닮았다. 드라마 페스티벌과 한류 엑스포에는 각각 최구식 의원(한나라당)과 김재윤 의원(열린우리당)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경남도와 제주도가 발 벗고 뛰었다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드라마 페스티벌은 행사 기간과 직후 적잖은 비난에 시달렸다. 한류와 스타, 드라마가 쏙 빠져 볼 것이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관람객의 관심도 끌어내지 못했다. 한 마디로 운영 미숙이 빚은 결과였다.
축전은 내년 3월까지 99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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