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행이 빠른 환경이다. 배우건 연기자건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그것도 급속히.
소녀 아이돌이 특히 심하다. 소녀 아이돌 가수는 매 앨범마다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성년부터 시작하는 소녀 아이돌은 변신 과정이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소녀 아이돌은 성년이 될 때까지 ‘성장’ 이미지를 판다.
한국 소녀 아이돌 누구나 일단 성년이 되면, 그닥 어울리지 않더라도 섹시 모드로 가야만 한다. 그 뒤로는, 역시 어울리지 않더라도 나른한 피로감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이처럼 꽤나 소모적인 ‘성장 이미지’에 전념하다 보니, 한국 소녀 아이돌은 자기 본연의 이미지를 갈고 닦을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장 이미지’ 패턴에서 유일하게 벗어난 것이 문근영이다. 문근영은 올해 대학에 입학하고 성인이 되었다. 그러나 신작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 문근영이 맡은 재벌 상속녀 ‘민’은 기존 문근영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처한 상황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같은 ‘문근영’이다. 국민여동생 문근영.
문근영은 ‘성장’을 거부하는 묘한 캐릭터다. 그녀는 언제나 소녀성을 지켜내려 애쓰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녀가 선택한 영화들은 이런 이미지를 오히려 강조한다. 모두가 성인적인 외적 환경에 맞서 소녀성을 지켜내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은 ‘결혼’이라는 성인적 환경에 맞서 소녀성을 지켜낸다. ‘댄서의 순정’에서도 그녀는 사교댄스라는 성인적 아이템에 발을 담그고도 소녀성을 놓치지 않는다.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는 에이스급 호스트를 상대하면서도 소녀적 순수성과 비극성을 유지한다. 문근영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극중 키스 신 조차도 편집되었다는 보도는 그녀의 ‘성장을 거부하는’ 노선을 더 잘 증명해준다.
문근영이 선택한 방향성은 기본적으로는 옳다. 사람은 원래 나이가 먹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풋풋하게 뛰어놀던 아이가 몇 살 더 먹었다고 탱크톱 입고 남자를 유혹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색하다. 문근영은 자신에게 주어진 나이대로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나이를 먹더라도 변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문근영에게는 있다.
문제는 문근영이 영화 콘텐츠에 종속된 스타라는 점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고수하려다 보면 출연하는 영화 콘텐츠의 내용은 대개 유사해진다. 소녀적 순수함이 외부의 성인적 타락을 감화시킨다.
문근영의 신작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흥행에 참패했다. 개봉 첫 주에는 문근영 티킷파워에 힘입어 주간 흥행 1위를 차지했지만, 이후 7위, 18위로 급락했다. 개봉 한 달 만에 사실상의 흥행수명을 마쳤다. 총 극장관객수는 50만 명 남짓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연급 출연까지 포함해 문근영의 첫 흥행실패인 것이다. 또한, ‘문근영식 콘텐츠’에 이제 대중이 싫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스타들은 콘텐츠 내에서의 변신은 일상다반사처럼 한다. 자기 자신의 캐릭터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이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스타들에게서 특히 더 자주 일어나는 경향이다. 실제로는 바람둥이 캐릭터더라도, 콘텐츠 내에서 진중한 순수남을 연기하기도 한다. 대중은 그것 나름대로 구분하여 즐긴다. 스타 사생활은 그것대로 흥미롭고, 스타 콘텐츠를 감상할 때에는 콘텐츠에 빠져들어 스타 본래 이미지는 알아서 잠시 접어둔다. 때로는 스타와 콘텐츠 사이의 괴리감이 더욱 대중의 호기심을 북돋기도 한다.
할리우드 스타 드루 베리모어는 좋은 사례다. 그녀는 ‘E.T.’에서의 깜찍한 아역 데뷔 이후 할리우드 아역 스타의 전형적인 늪에 빠졌다. 술과 마약, 방탕한 사생활로 더 잘 알려지게 됐다. 그녀는 사춘기에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카피한 콘텐츠들에 출연했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커리어를 살린 것은, E.T.의 소녀가 그대로 성장한 듯한 ‘웨딩 싱어’의 ‘줄리아’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배리모어는 다시는 ‘자기 자신’의 캐릭터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중은 현실과 예술 콘텐츠를 혼동하지 않는다. 베리모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는 그녀의 소녀적 이미지였고, 실제 그녀 자신의 이미지는 별반 매력이 없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문근영은 ‘변신’을 크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콘텐츠 내에서의 변화라면 말이다. 문근영은 대단히 독보적인 ‘자기 자신’을 성공적으로 론칭시킨 스타다. 순수하고 순진한 여동생으로서의 ‘자기 자신’. 그 안에 콘텐츠들을 밀어넣느라 콘텐츠들에 피로감이 더해졌다. 변신의 가능성조차 아직 시험해보지 못한 단계다.
콘텐츠들을 자기 ‘밖’으로 빼어내 버리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도 아무도 ‘문근영’ 본체를 의심하진 않는다. 다만, 그때부터는 콘텐츠 자체의 질과 본인의 연기력, 이미지 전환능력의 진정한 승부처가 될 것이다. 성인이 되었다는 진정한 표식은, 탱크톱을 입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서 ‘자기 능력’을 파는 시기로 접어들었음을 인식하는 일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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