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정우성을 주목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2-17 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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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선언에 ‘겉멋 들었다’등 비난 쏟아져

해외선 클린트이스트우드등 성공사례 많아


영화배우 정우성의 감독 데뷔 선언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그의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에 표를 던진 이들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연기나 제대로 하지 무슨 감독이냐는 반응이다.

겉멋 들었다는 비난도 수두룩하다. 사실 정우성은 현재 활동 중인 젊은 배우들 중 감독 데뷔가 가장 먼저 점쳐진 케이스였다. 오히려 본격화가 더디게 진행된 셈이다. 지난 1997년, 출세작 ‘비트’ 이후 정우성은 끊임없이 영화제작에 관심을 표해왔다.

정우성의 감독 데뷔가 제대로 시동 걸린 것은 지난 2000년, 보이밴드 god의 뮤직비디오 ‘그대 날 떠난 후로’의 연출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에는 소속사 차원의 ‘홍보용 패키지’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2002년에도 god의 ‘바보’, ‘슬픈 사랑’, ‘모르죠’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같은 해 직접 연출한 14분짜리 단편영화 ‘러브 비 플랫’을 미장센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다. 2007년으로 잡힌 정우성의 첫 장편영화 연출은 그래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배우의 감독 데뷔는 꽤나 흔한 일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 만큼은 배우 출신 감독에 대해 시선이 싸늘하다.

한국의 ‘배우 출신 감독’ 폄하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먼저, 배우는 ‘딴따라’, 감독은 ‘전문직’이라는 이분법 잔재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영화산업은 꾸준히 감독의 직책에 더 많은 가중을 부여해왔다. 195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 확립된 이후에는 감독에게 기술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촬영, 편집 등의 기술적 요소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

이렇듯 다채롭고 전문적이며 창조적인 역할을 맡게 된 ‘감독’의 직책을, 일개 배우 ‘따위’가 맡을 수야 있겠느냐는 인식이 생긴 것.

다른 하나는, 한국의 도제식 연출 시스템 영향이 있다. 한국에서 감독의 직책은 ‘감독이 되기 위해서만’ 노력해 온 이들의 것이었다.

해외에서 영화를 공부해 ‘학벌’을 따놓거나, 해외 유수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하면 도제 시스템에 들어가지 않고도 데뷔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어렵고 고달픈 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는 연출자의 명함이, 젊은 인기 배우의 손에 턱 하고 쥐어지니 보는 눈이 따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폄하 근거는 모두 어이없는 것이다. 감독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기술적 요소에 집중하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배우의 연기 통제에 주로 집중하는 감독도 있다. 한국의 대표적 작가주의 감독 김기덕조차도 “스토리보드는 연출팀에 맡기고 나는 배우의 연기와 감정선 조절에만 신경 쓸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결국 ‘전인 시스템’은 ‘신화’일 뿐이다.

배우 출신 감독은 대개 자신의 ‘본업’을 살려 배우들의 연기 통제에 주력한다. 기술적 요소들은 신뢰할 만한 촬영감독, 편집자에게 상당부분 의존한다. 전체 분위기와 흐름 정도만 관리한다. 로버트 레드퍼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장애가 등이 이 같은 타입 감독들이다.

고정적 연출 스타일에서 벗어난 작가주의 감독들도 물론 있다. 기타노 다케시가 대표적이다. 자신의 ‘장기’를 지닌 배우들은 그 점을 주로 부각시키는 연출을 꾀한다. 성룡은 무술연출에 주력하는 감독이다. 이렇듯, 감독은 자신의 ‘관심분야’와 ‘장기’만 뚜렷하면 되는 것이지, 여러 역할을 떠맡는 슈퍼맨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도제 시스템도 마찬가지 이야기다. 조연출서부터 올라오는 도제 시스템은 일본 영화산업이 남긴 잔재다. 구미 지역 영화산업에서, 조연출은 ‘전문직’이다. 감독이 되기 위한 발판이 아니다.

제한된 분야더라도 그 직책에서 오랜 경험을 쌓으면 자연히 영화산업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게 된다. 정우성도 내년이면 영화계 데뷔 14년차가 된다. 그간 영화 출연작만도 14편, 몇 편의 TV 드라마와 뮤직 비디오 출연이 더 포함된다. 이제 중견급 연기자인 셈이다. 영화산업 내에서 자기 위치를 확고히 한 인물이며, 영화 한 편을 통제해낼 만한 경험과 관심이 충만하다 여겨진다.

끝으로, ‘배우 출신 감독은 모두 연기로 획을 그은 대배우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는, 반론의 사례가 너무 많다. 근래 사례로는 자신의 감독작 ‘용서받지 못한 자’ 이전까지 ‘연기 못하는 배우’의 대표주자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무도 배우 시절을 기억 못하는 청춘스타 출신 론 하워드 등을 들 수 있다. 배우로서 ‘본연 역할’과 배우로서의 ‘경험을 살리는 역’은 다르다. 정우성이 후자의 역할을 이행할 만큼 내공을 쌓았는지는, 그의 영화 오프닝 크레딧이 흐르기 전까지 는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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