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장부상 ‘다 쓴 예산’ 실제로는 ‘불용예산’

전용혁 기자 / / 기사승인 : 2009-09-16 10: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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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목 의원, “결산서 ‘실집행액’ 병기 의무화 법개정안 검토” 지자체에 교부된 예산이 실제 현장에 사용되지 않고 쌓여있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지자체에 교부된 예산이 현장에서 ‘실제 사용’ 됐는지 점검한 결과 지자체 교부로만 끝나고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지 않은 예산이 상당수였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지금까지 ‘지자체 교부 예산’은 말 그대로 지자체에 교부하면 ‘예산 집행 완료’로 집계돼 불용액으로 집계되지 않았는데 이럴 경우 국회는 결산 심사에서 ‘다 쓴’ 예산으로 알고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장에서 실제 사용된 ‘실집행액’을 정확히 집계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 연도의 예산 편성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에서는 지자체에 교부돼 결산회계서상 ‘불용액 0’이라는 수치상의 이유로 다음 연도에 같은 예산이 편성되는 사례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 의원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어린이 전문병원 건립을 위해 국립대 병원(강원대ㆍ경북대ㆍ전북대병원)에 설계비, 건축비, 장비비 등을 지원하는 ‘어린이병원 건립 및 기능강화 사업’에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3년간 교부한 예산이 고스란히 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 병원이 속해있는 지자체(강원, 경북, 전북)에 복지부는 2007년 30억씩 교부했으나 3개 병원의 실집행액은 ‘0원’이었다.

이어 복지부는 다음해 40억씩을 다시 교부했고 당시 3개 병원 중 전북대 병원만 1억3300만원을 집행했을 뿐 2개 병원은 집행하지 않았으며, 올해 4월 복지부는 20억씩을 다시 교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1개 병원당 2007년부터 3년간의 예산인 90억원의 예산이 고스란히 쌓여있는 셈”이라며 “현장에선 예산을 쓰던 말던 복지부는 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지자체에 내려보내고, 지자체는 돈이 쌓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의 반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같은 집행부진의 이유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자금배정 지연’, '지방비 확보 지연‘ 등을 들었다.

예산은 사업별로 기획재정부의 배정이 이뤄져야 집행할 수 있는데 기획재정부의 배정이 늦어져 지자체가 예산을 집행할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국고에서 예산이 편성되더라도 지방비에서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예산집행을 할 수 없는데 국고 신청을 해놓고도 막상 지자체들이 부담해야 할 예산은 ‘본 예산’에 편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경예산에 편성하면 그만큼 사업은 늦어지게 되고 이는 ‘일단 예산 따고 보자’는 식의 풍조가 낳은 결과라고 원 의원은 지적했다.

원 의원은 이어 “결산을 심사하고 예산을 확정하는 권한이 있는 국회의 잘못도 있다”며 “결산을 제대로 심사하고 이에 기초해 다음 연도 예산을 심의ㆍ확정했다면 이같은 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결산 심사에는 모든 사업 항목에 ‘실집행액’ 개념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 정부에서 지자체로 교부가 완료됐다고 해서 ‘집행율 100%, 불용액 0%’라는 수치에 현혹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결산서에 ‘실집행액’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개정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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