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일본 대지진 참사가 반목을 거듭했던 한일 축구계에 화해의 바람을 몰고오고 있다.
16일 오후 7시30분 수원삼성과 상하이 셴화(중국) 간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H조 2차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을 향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이날 양 팀 선수 및 심판진은 경기 직전 센터서클에 모두 모여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일본 대지진 참사에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챔피언스리그 및 AFC컵 시작 전 1분간 묵념 시간을 갖기로 했다”는 AFC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관중과 양 팀 서포터스 모두 묵념에 동참, 경기장에는 순간 적막감이 흘렀다.
경기가 시작되자, 서쪽 관중석 한켠에는 ‘まけないでください(지지 말아요)’라는 일본어 문구가 적힌 흰색 플래카드가 걸렸다. 대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센다이 및 일본 국민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일본 J리그팀과 맞붙을 때마다 자극적인 문구로 적개심을 드러내왔던 수원 서포터스의 이날 퍼포먼스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남쪽 관중석 한켠에도 ‘Takahara! Cheer Up!(다카하라! 힘내라!)’라는 플래카드를 걸면서 지난해까지 수원에서 활약하다가 올 시즌 시미즈 S펄스에 입단한 일본 출신 외국인 선수 다카하라 나오히로에게 응원을 보냈다.
수원 외에도 포항스틸러스는 이날 오후 “오는 20일 오후 3시 홈구장 스틸야드에서 갖는 수원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3라운드 입장수익 전액을 대지진 피해를 입은 센다이시에 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전국 6개 구장에서 러시앤캐시컵 2011 1라운드에 나선 12개 구단도 경기 전 묵념을 실시하며 애도 물결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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