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직장 비위행위로 기소··· '무급 휴직' 처분은 부당"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07-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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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노동위 재심판정' 취소

[시민일보=여영준 기자] 이전 직장에서의 비위 행위로 기소됐다는 이유로 현재 직장에서 무급 휴직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제약회사 간부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 무급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15일 밝혔다.

2002년 제약회사인 B사에 입사한 A씨는 2015년 다른 제약회사인 C사로 이직했다.

이후 B사가 의사들에게 의약품 관련 불법 리베이트를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A씨는 당시 부서장이었다는 이유로 2016년 8월 기소돼 현재까지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A씨가 재판에 넘겨지자 C사는 A씨에게 "회사 결정이 있을 때까지 월급은 받으면서 회사에는 나오지 말고 업무도 하지 말아라. 이 처분은 징계나 대기발령 같은 페널티가 아니고 이런 조치가 있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에서 확인할 것이 있으니 그동안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전 직장에서 기소된 사실만으로 이러한 처분을 받은 것에 동의하기 어려우니 재고해 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으나 C사는 처분을 철회하지 않았다.

C사는 A씨에게 사직을 계속 권유하며 1심 판결 시까지 무급휴직 처분을 내렸지만, A씨는 사직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방노동위가 이를 기각하자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도 "무급 휴직 처분은 인사권 범위 내에서 이뤄진 정당한 인사명령"이라고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근로자에게 휴직 처분을 내릴 때는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를 제공할 수 없거나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하다"며 A씨 사례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불구속 상태이므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가 기소된 것은 현 회사가 아니라 전 직장에서의 일 때문으로, 현재 회사에서는 불법 리베이트로 문제 될 만한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사는 원고가 불법 리베이트로 기소돼 고객 신뢰 관계가 훼손될 수 있고, 리더십에 타격을 받아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고객들이 원고가 기소됐음을 알았다는 이유로 C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원고와 함께 근무한 직원들도 리더십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는 무급휴직 처분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제적 불이익과 함께 경력이 단절되는 불이익도 입었다"며 "따라서 원고에 대한 무급휴직 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고, 중앙노동위의 재심 판정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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