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승부조작’ 일파만파… 출범후 최대위기

관리자 / / 기사승인 : 2011-05-29 1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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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미꾸라지 같은 선수들 몇명에 프로축구판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25일 불거진 K리그 승부조작 파문은 좀처럼 가라 앉을 줄 모르고 있다.


조작에 가담한 선수 2명이 구속됐고 대전시티즌 8명의 선수가 같은 이유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담당 검사를 2명으로 늘리며 수사 인력 확대도 예고했다.


내년이면 30돌이 되는 K리그가 출범 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다.



◆이들은 어떻게 조작했나

승부조작에는 브로커들과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브로커들이 돈으로 선수를 매수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식이다. 지난 26일 구속된 광주FC 골키퍼 A씨는 1억원을 받고 승부 조작을 시도했다. A씨는 자신의 출전이 어려워지자 동료들을 포섭하려고도 했다.


골키퍼의 승부조작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실수를 가장한 ‘발연기’를 하면 바로 실점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이 골키퍼다. 그만큼 브로커들에게 많이 노출돼 있다. 필드 플레이어들은 주로 눈빛으로 사인을 주고 받거나 약속과는 다른 플레이로 동료들을 속였다.


자신을 프로축구선수 출신이라고 밝힌 B씨는 최근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승부조작 방법을 제보했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는 한 유명 선수의 실명까지 거론했다.


B씨는 “정말 전구단에서 사설토토로 승부조작이 일어나는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브로커에 돈을 받지 않고도 경기장에서 뛰고있는 선수들 몇몇이 발을 맞춰 사설토토사이트에 돈을 걸고 게임을 져주는 식의 장난도 엄청나게 많다”고 밝혔다.




◆연맹의 대안, 이게 최선입니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정몽규)은 지난 26일 16개 구단 단장들을 불러 비상회의를 열었다. 비통한 표정으로 대회의실에 입장한 이들은 4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내린 결론은 스포츠토토의 대상경기에서 K리그를 제외와 비리근절대책위원회(가칭)를 상설, 부정방지교육을 강화 등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대책은 스포츠토토 대상경기 제외 뿐이다. 이마저도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승부조작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불법 사행성 토토다. 불법 사행성 토토는 회차 한도가 10만원에 불과한 스포츠토토와는 달리 수백만원이 쉽게 오간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에 적발된 ‘불법 스포츠 베팅사이트’만 해도 6917곳이나 된다. 이중 해외사이트는 4931곳이다.


프로축구연맹 안기헌 사무총장은 “사설 토토는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과 검찰에서도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순간에 무너진 신뢰

K리그 최고령 선수인 경남 김병지는 지난 2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재활 중인 김주용과 중앙 수비수 이용기가 브로커들의 전화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병지의 발언은 선수들이 쉽게 브로커들에게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선수도 감독도 쉽게 믿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수를 범하거나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쏠릴 수 밖에 없다.


한 축구팬은 “그동안 봤던 경기가 조작됐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 이제 축구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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