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프리미어리그를 거쳐간 한국 선수는 지동원을 포함해 총 8명이다. 이중 스트라이커로 분류되는 선수는 설기현(32·울산)과 이동국(32·전북) 2명 뿐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축구 종가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벨기에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설기현은 잉글랜드 무대 2부격인 챔피언십 울버햄턴 원더러스를 거쳐 2006년 프리미어리그 클럽인 레딩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초기 행보는 괜찮았다. 윙어와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번갈아 맡은 설기현은 주간 베스트 11에서도 여러 차례 선정되는 등 자신의 입지를 조금씩 넓혀 나갔다.
하지만 이후 허리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와 스티븐 코펠(56) 감독과의 불화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났고 1년을 채운 뒤 풀럼FC로 트레이드 됐다.
풀럼에서의 상황은 레딩과 비슷했다. 이적 2경기 만에 도움을 기록하며 부활의 날개를 펴는 듯 했지만 더 이상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후 설기현은 풀럼과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 K리그 포항스틸러스 등을 오간 끝에 울산현대에서 뛰고 있다.
2007년 1월 K리그 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해 화제를 모은 이동국은 레딩과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대를 맞히는 등 성공을 예감케 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이후 2시즌 동안 단 1골을 넣는데 그쳤고 “최악의 영입이었다”는 영국 언론의 혹독한 평가 속에 국내 무대로 유턴했다.
지동원은 당시 이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고 신체 조건이 좋다.
큰 키에 수준급의 발재간을 보유한 것은 지동원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350만 달러(약 37억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이적료를 받은 것과 고등학생 시절 잉글랜드 무대를 체험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일단 지동원은 시즌 초반 출전 기회를 보장 받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모아 기안(26) 외에는 뚜렷한 공격 자원이 없는 선덜랜드가 공들여 데려온 지동원을 썩여둘 가능성은 적다.
이는 지동원에게 좋은 기회이자 큰 부담감이다. 초반부터 제 기량을 발휘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돈으로 쉽게 선수를 영입하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아시아 유망주의 부진을 기다려 줄지는 의문이다.
지동원이 선배들의 실패를 거울 삼아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2011~2012시즌 프리미어리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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