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빵 골키퍼’ 투혼… 상대팬들도 박수

관리자 / / 기사승인 : 2011-07-10 13:09: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상무 이윤의, 서울전서 생애 첫 수문장 변신

세골 내주며 졌지만 군인 투지 보여줘 갈채

FC서울과 상주상무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17라운드 경기가 열린 지난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원정팀 상주의 명단에 ‘이윤의’(사진)라는 생소한 수비수의 이름이 포함됐다. 2010 K리그 데뷔 후 고작 1경기에 나선 선수였다. 그것도 주 포지션이 아닌 득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골키퍼로 나섰다.

상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축구계를 강타한 승부조작 파문으로 골키퍼 3명이 기소된데다 유일하게 엔트리에 남아있던 전문 골키퍼 권순태마저 지난 16라운드에서 경고 누적으로 징계를 받아 달리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이윤의(24)는 180cm의 작지 않은 키에 점프력과 민첩성을 겸비한 ‘땜빵 골키퍼’로 낙점을 받았다. 덕분에 필드 플레이어인 이윤의는 생애 첫 선발 출전을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로 치르는 흔치 않은 기록을 남겼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공중볼 처리와 각도 좁히기는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열정 만큼은 대단했다. 그는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전반 2분 긴 골킥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이윤의는 데얀의 두 차례 슈팅을 안정적으로 받아내며 자신감을 얻었다. 1-0으로 앞선 전반 39분 골문으로 향하던 방승환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워낙 갑작스레 나선 탓인지 실수도 적지 않았다. 후반 3분에는 그라운드에 내려 놓은 공을 다시 잡는 실수로 간접 프리킥을 허용했다. 골키퍼 규정을 잠깐 혼돈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미숙한 플레이에도 군인 특유의 투지로 버티던 이윤의는 후반 추가 시간 방승환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줬다. 팀의 2-3 패배가 확정되는 골이었다.

그렇다고 그의 활약을 폄하하는 이는 없었다. 상주팬들은 물론 서울 팬들까지도 90분간 어색한 포지션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준 이윤의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이윤의는 “안 뛰던 자리에서 뛰다보니 기량을 100% 발휘했는지 잘 모르겠다. 동료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열심히 뛰었다”며 어색했던 선발 데뷔전 소감을 대신했다.

이날의 90분으로 조금이지만 골키퍼의 자부심을 안게 됐다. 그는 1-1로 맞선 후반 20분 데얀에게 내준 두 번째 골을 회상하면서 “너무나도 아쉽다. 그 느낌은 골키퍼 만이 알 수 있다”고 으쓱해 했다.

프로 선발 데뷔전을 성황리에 마친 이윤의는 추후 또 골키퍼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 첫 데뷔 경기를 골키퍼로 뛰었는데 어느 포지션이든 팀을 위해서 뛰는 것은 큰 영광이다. 군인이어서 시키면 다 한다”며 투지를 드러냈다.

상주 임종은 코치는 “정상적인 골키퍼가 없어 대체 선수로 했는데 잘 해 줬다. 만족스럽다”고 칭찬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리자 관리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