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2·단국대)의 세계선수권 두 번째 금메달에는 마이클 볼 코치의 작전이 큰 몫을 했다.
박태환은 24일 오후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04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에서의 저조한 기록으로 생소한 1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쳤지만 보란 듯이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볼 코치의 주문과 이를 성실히 수행한 박태환이 일궈낸 쾌거였다.
SK텔레콤 박태환 전담팀에 따르면 볼 코치는 박태환에게 '53, 55, 55, 54'이라는 숫자를 제시했다. 400m를 100m씩 끊었을 때 이 시간을 지키며 경기를 운영하라는 의미였다.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힘든 작전이다. 초반 100m를 53초로 통과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55초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스퍼트로 기록을 단축시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체력이 떨어지는 200m 중반부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볼 코치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반 년 가량 박태환과 함께 한 볼 코치는 훈련 과정을 통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
박태환은 주문대로 초반 100m를 53초대(53초73)에 통과했다. 250m 지점에서는 2분19초68로 4위까지 처지기도 했지만 이내 속도를 회복해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대부분 구간의 기록이 볼 코치의 주문대로였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1번 레인을 배정받아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했는데 태환이가 잘 해냈다. 250m쯤 잠시 삐걱됐던 것을 제외하면 완벽했다. 자신 만의 레이스를 펼쳤다"고 극찬했다.
볼 코치는 그동안 박태환에게 많은 신경을 쏟아왔다. 호주 선수들까지 돌보는 '이중 생활'에 눈치가 보일 때면 토드 던컨 코치를 통해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박태환은 "대회를 앞두고 조금 불안했지만 마이클 볼 감독과 던컨 코치가 계속 격려를 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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