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10일 ‘삿포로 참사’. 37년 만에 당한 치욕적인 참패였다. 분위기 쇄신이 시급하다.
조광래(57)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0일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75번째 대결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완전히 졌다.
조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 모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이적을 추진 중인 유럽파 박주영(26·AS모나코)은 11일 귀국 후 12일에 모나코에 다시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22), 차두리(31·이상 셀틱FC)는 11일 스코틀랜드로 떠난다.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 남태희(20·발랑시엔), 박주호(24·바젤)도 11일 오후 비행기로 돌아간다. 이정수(31·알사드)는 14일에 떠난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근호(26·감바오사카), 김진현(24), 김보경(22·이상 세레소오사카), 조영철(22·알비렉스니가카), 김영권(21·오미야아르디자)은 11일 일본 국내선을 이용해 복귀한다.
이중 김영권은 왼 발목이 삐는 부상을 입었고 박원재(27·전북현대)는 안면 충격으로 경기 도중 병원에 가 진단을 받은 만큼 몸을 돌볼 필요가 있다.
조 감독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앞두고 있어 빠른 시일 안에 대표팀 소집 일정과 전술 등 기타 여러 가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일전에서 통하지 않았던 몇몇 용병술과 전술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37년 만의 3골 차 패배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하기에 충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경기 이후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고 팬들의 질타는 원망의 수준을 넘어 분노로 치달았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분노만 하고 있기에는 한국 축구에 있어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다음달 2일부터 시작하는 월드컵 예선이 코앞이다.
분위기 쇄신과 후속 대책을 빨리 정하는 것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급선무다. 3차 예선 상대인 중동 3개국(쿠웨이트·UAE·레바논)이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조 감독도 먼 이동거리와 빡빡한 일정을 두고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임을 공언했다. 자칫 일본전 완패의 후폭풍이 월드컵 예선까지 번지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선수단에 “다시 추스리자”고 했다. 조 감독은 일본전 완패에 대해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앞두고 우리 팀으로 봤을 때 (이번 한일전이)아주 좋은 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충격요법이 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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