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 C조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무승부를 기록한 가운데 크로아티아가 아일랜드에 3-1 대승을 거두며 조 1위에 올라섰다.
스페인은 11일 오전 1시(한국시간) 폴란드 아레나 그단스크에서 열린 유로2012 조별리그 C조 1차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18분 터진 세스크 파브레가스(FC바르셀로나)의 동점골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거뒀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스페인은 유로2012 지역예선 8경기에서 26골을 뽑아냈다. 경기당 평균 3골 이상을 터뜨렸다. 반면 이탈리아는 예선 10경기에서 단 2골만을 내주며 ‘빗장수비’의 위용을 과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스페인은 강했다. 하지만 스페인과의 역대 전적(29전10승11무8패)에서 앞서고 있는 이탈리아(12위)는 세계 최강과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스페인전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탈리아와 비긴 스페인은 사상 첫 대회 2연패(유로2008 우승) 달성에 차질이 생겼다. 유로2008-2010남아공월드컵-유로2012로 이어지는 주요 국제대회 연속 우승 기록 달성을 위해 남은 경기 승리가 더욱 절실해졌다.
지난 유로2008 8강전에서 스페인을 만나 승부차기(2-4)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던 이탈리아는 4년 만에 설욕을 노려봤지만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스페인은 팀의 주포인 페르난도 토레스(첼시)와 페르난도 요렌테(아틀레틱 빌바오)를 모두 선발명단에서 제외한 채 경기에 나섰다. 대신 미드필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공격 전술을 펼쳤다.
이탈리아는 3-5-2 전술을 통해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리오 발로텔리(맨체스터시티)와 안토니오 카사노(AC밀란)를 전방에 내세우며 일발 역습을 노렸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스페인이 짧은 패스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주도해 갔다. 이탈리아의 수비도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9분 스페인이 기선제압에 나섰다. 세르히오 부스케츠(FC바르셀로나)의 패스를 이어받은 다비드 실바(맨시티)가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이탈리아도 이내 반격에 나섰다.
전반 12분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스페인의 수비를 속이는 페인팅 동작에 이어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가 날카로운 땅볼 슈팅을 날렸으나 이케르 카시야스(레알마드리드) 골키퍼가 몸을 던져 막아냈다.
양 팀의 포문은 후반전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후반 10분 경기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발로텔리를 빼고 안토니오 디 나탈레(우디세네)를 투입했다.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의 판단은 탁월했다.
디 나탈레는 교체투입 5분 만에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골대 오른쪽을 향해 날린 오른발 슛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스페인도 파브레가스가 해결사로 나서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후반 18분 이니에스타와 실바를 거친 환상적인 패스를 파브레가스가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기록했다.
스페인은 후반 28분 토레스를 투입하며 역전골을 노렸다.
결정적인 기회도 있었다. 후반 39분 중앙에서 침투하던 토레스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감각적인 로빙슛을 시도했지만 공은 골대를 빗나갔다.
이후에도 스페인의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졌으나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다. 양 팀은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폴란드 포즈난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아일랜드와 크로아티아의 경기에서는 크로아티아가 3-1로 대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챙긴 크로아티아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누르고 조 1위에 올라섰다. 유로2008에서 8강에 오른데 이어 2회 연속 토너먼트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1988년 이후 24년 만에 유럽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한 아일랜드는 크로아티아에게 패하며 조 4위로 떨어졌다. 지난 2011년 5월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 이후 이어왔던 14경기 무패(8승6무) 기록도 깨졌다.
유로2008 8강 멤버가 10명이나 포함된 크로아티아는 큰 경기 경험을 살려 아일랜드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결국 이른 시간에 선제골이 나왔다.
전반 2분 다리요 스르나(샤흐타르 도네츠크)가 우측에서 올린 크로스를 마리요 만주키치(볼프스부르크)가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헤딩을 시도한 만주키치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골이었다.
주도권을 잡은 크로아티아는 공격의 속도를 늦추며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세트피스에 강한 아일랜드가 프리킥 찬스를 놓치지 않고 동점골을 뽑아냈다.
전반 18분 프리킥 상황에서 길게 올라온 공을 숀 세인트 레저(레스터)가 수비수 뒷공간을 파고들며 헤딩 동점골을 뽑아냈다.
한 골씩을 주고받은 양 팀은 최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펼치며 주도권 싸움을 펼쳤다. 공격수들이 더욱 활발한 모습을 보인 크로아티아가 추가골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 43분 루카 모드리치(토트넘)의 중거리 슈팅이 페널티박스 안에 몰려있던 아일랜드 수비수의 몸에 맞으며 굴절됐고 혼전 상황을 틈타 니키차 옐라비치(에버튼)가 쇄도하며 팀의 2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전반을 2-1로 마친 크로아티아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쐐기 골을 넣으며 아일랜드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후반 2분 페널티박스 우측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만주키치가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아일랜드는 후반 7분 공격수 존 월터스(스토크시티)와 사이먼 콕스(웨스트브롬위치)를 연달아 투입시키며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추가골 사냥에 실패한 아일랜드는 점수차를 좁히지 못하고 1-3 완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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