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독일의 결승 진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스페인-포르투갈, 독일-이탈리아가 2012유럽선수권대회(유로2012) 4강에서 격돌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8일 오전 3시45분 우크라이나 돈바스 아레나에서, 독일과 이탈리아는 29일 오전 3시45분 폴란드 국립경기장에서 각각 결승 진출을 다툰다.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유로2004 당시 그리스(우승)나 유로2008 때 터키(4강), 러시아(4강)와 같이 돌풍을 일으킨 팀은 없었다. 대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스페인, 3위 독일, 10위 포르투갈, 12위 이탈리아 등 강팀들이 모두 4강에 올랐다.
4개 팀 모두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만만치 않은 전력들을 갖추고 있어 쉽게 승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디펜딩챔피언’스페인은 사상 첫 유로대회 2연패 달성과 함께 유로2008~2010남아공월드컵~유로2012로 이어지는 주요 3개 국제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독일은 유로대회 우승을 세 번(1972·1980·1996)이나 차지한 최다 우승국이다. 지난 13번의 유로대회에서 무려 여섯 번이나 결승에 진출했다.
포르투갈은 주요 국제대회 우승 경험이 없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4강, 유로2004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하지만 세계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워 사상 첫 대회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이탈리아는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전통의 강호다. 1968년 대회 우승 이후 44년 만에 정상탈환에 나선다.
▲ 스페인-포르투갈 ‘이베리아 반도 더비’
스페인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돈바스 아레나에서 열린 8강전에서 프랑스를 2-0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조별 리그를 거치며 최다 득점(6골)과 최소 실점(1골)을 기록한 스페인은 주요국제대회에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프랑스 징크스를 극복했다. 7경기(1승1무5패)만의 승리였다.
이베리아 반도에 속해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화끈한 공격축구를 펼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페인은 빠른 공수전환의 속도와 전면압박, 조직적인 패스 플레이를 앞세워 높은 수준의 기술축구를 구사한다.
그 중심에는 사비 에르난데스(32),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8), 세스크 파브레가스(25·이상 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31·레알 마드리드) 등이 있다. 또 이들의 패스 플레이에 방점을 찍을 페르난도 토레스(28첼시)까지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되찾아가고 있어 위협적이다.
비센테 델 보스케(62) 스페인 감독이 최전방 공격수 토레스를 빼고 제로톱 전술을 꺼내들 공산도 있다. 전문 공격수가 없다고 골을 못 넣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은 좁은 공간에서도 원하는 적시적소에서 패스를 주고 받을 수 있다. 패스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 수비의 균형이 깨지는 틈을 노려 미드필더들이 빈 공간을 파고들어 득점을 노린다.
포르투갈은 지난 22일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8강전에서 체코를 1-0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포르투갈은 빠른 양 측면 공격이 가장 큰 무기다. 상대의 패스를 끊고 빠르게 전개하는 역습이 위협적이다.
전통적으로 측면자원이 풍부했다. 지난 유로2004에선 루이스 피구(40)와 호날두가 양 측면 공격을 책임지며 쉴세 없이 상대 측면을 공략해 준우승이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일궈냈다.
이번 대회에선 은퇴한 피구를 대신해 루이스 나니(26·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호날두와 짝을 이뤘다. 나니는 탁월한 신체능력과 기술을 겸비하고 있어 포르투갈의 호날두 의존증을 완화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현역 최고의 선수 호날두를 보유하고 있어 상대팀들을 긴장시킨다. 호날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사상 최단 경기(92경기) 100골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쓴 선수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뜨리며 큰 경기에 약하다는 주위의 저평가를 불식했다. 발목을 잡고 있던 징크스마저 깬 호날두가 기세를 몰아 포르투갈을 유럽 정상에 올려놓는다면 라이벌 리오넬 메시(25·바르셀로나)를 제치고 다음 발롱도르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최전방 공격수 에우데르 포스티카(30·사라고사)와 우구 알메이다(28·베식타스)의 활약이 미비한 가운데 호날두의 득점에만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호날두가 집중 수비에 막힌다면 포르투갈의 공격력은 급감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스페인에는 호날두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수비수들이 대거 활약하고 있다. 중앙수비수 제라드 피케(25)와 세르히오 라모스(26), 알바로 아르벨로아(29·이상 레알 마드리드) 등은 호날두의 플레이 스타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상대하기 껄끄러운 상대들이다.
신문선(44) 축구해설위원 겸 명지대교수는 조별리그가 끝난 뒤 우승후보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를 꼽았다.
특히 스페인에 대해 “세계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와 비교해 (다비드 비야 등) 주축 선수 몇명이 빠지면서 화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패스플레이와 볼 키핑, 기술은 여전하다”고 높게 평가했다.
▲독일-이탈리아 ‘창과 방패의 대결’
‘전차군단’ 독일과 ‘빗장수비’ 이탈리아의 창과 방패의 대결은 체력전이 될 전망이다.
독일은 23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폴란드 그단스크 아레나에서 열린 8강전에서 비교적 약체로 꼽히는 그리스를 4-2로 완파하고 4강에 올랐다.
독일은 이번 대회 예선 10경기와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이날 승리까지 파죽의 14연승을 내달리며 4강에 진출했다.
유로대회 3회(1972년·1980·1996년) 우승에 빛나는 독일은 유로2008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을 달래고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요아힘 뢰브(52) 독일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득점 공동선두에 올라있는 마리오 고메스(27·바이에른 뮌헨)와 1골을 기록 중인 루카스 포돌스키(27·아스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득점왕 토마스 뮐러(23·바이에른뮌헨)를 그리스와의 8강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키고 휴식을 부여했다. 과감한 선수 기용이었다.
아울러 독일은 이탈리아보다 8강전을 일찍 마치고 이틀이나 더 휴식기를 가졌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27·바이에른 뮌헨)가 무릎 부상으로 이탈리아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가 팀에서 차지하는 전력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뢰브 감독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25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을 소화한 뒤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4-2로 승리해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독일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어 기세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을 연장전 끝에 2-0으로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거머쥔 경험이 있다.
비록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는 공격 축구를 펼쳤지만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촘촘한 수비벽과 조직력을 앞세운 ‘빗장수비’로 단기전에서 강점을 발휘해 왔다.
우승후보 스페인이나 독일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얼마든지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저력을 갖춘 팀이다.
‘마에스트로’ 안드레아 피를로(32·유벤투스)와 ‘악마의 재능’ 안토니오 카사노(29·AC밀란)를 앞세워 유로1968대회 이후 44년 만에 유럽 최고 정상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잉글랜드전 연장전 혈투로 인한 피로감, 부상, 경고누적 등으로 전매 특허인 빗장수비가 헐거워진 상황이다.
중앙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27·유벤투스)와 미드필더 티아고 모타(30·파리 생제르맹)는 각각 부상으로, 측면 수비수 크리스티안 마조(30·나폴리)는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다.
단기전에 강한 ‘빗장수비’ 이탈리아와 극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전차군단’ 독일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경기를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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