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9일(한국시간) 오후 11시 런던 밀뱅크 타워에서열린 기자회견에 토니 페르난데스(48) 구단주, 마크 휴즈(49) 감독과 함께 참석해 자신의 QPR 이적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박지성의 계약기간은 2년이고 이적료는 500만 파운드(약 88억원)다. 주급은 6만 파운드(약 1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QPR은 박지성이 몸담는 4번째 팀이 됐다. 지금까지 교토 퍼플상가(2000~2002년·일본)와 PSV아인트호벤(2002~2005년·네덜란드) 그리고 맨유(2005~2012년·영국)에서 활약했다.
박지성의 이적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로 맨유에 입성한 그는 팀 생활에 만족해왔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맨유맨’으로 남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맨유에서 7시즌(2005~2012년)을 보낸 박지성은 4차례의 리그 우승(2006~2009·2010~2012시즌)과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 우승(2007~2008시즌) 등을 경험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떠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듬직하게 자리를 지켜오던 박지성은 지난 시즌(2011~2012시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눈에 띄게 입지가 좁아졌다. 세계 최고의 팀 ‘맨유’였기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과정이었다.
박지성은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났다. 부활한 라이언 긱스(39)와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루이스 나니(26) 그리고 차세대 에이스로 인정받은 안토니오 발렌시아(27)와 이적생 에슐리 영(27·이상 맨유)은 시즌 내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시즌 종료 후 위기는 더해졌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71·맨유)은 지난달 23일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가가와 신지(23)를 추가로 영입했다.
박지성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명문팀 잔류’와 ‘새로운 도전’의 갈림길에서 그는 결국 QPR을 택했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를 택한 셈이다.
QPR은 지난 시즌 16년 만에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왔다. 하지만 시즌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강등권에 머물렀다.
지난 1월 휴즈 감독이 새 사령탑에 오르며 QPR은 리그 17위로 간신히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맨유와 비교가 되지 않는 약팀이다.
하지만 박지성의 이적을 두고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구단과 비교했을 땐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QPR은 큰 변화를 계획하고 있는 팀이다.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QPR은 지난해 8월과 올 1월 페르난데스 구단주와 휴즈 감독을 팀의 새로운 수장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저가 항공사 에어아시아의 회장인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신생 축구 명가’를 꾀하고 있다.
QPR은 시즌 중이던 올초 휴즈 감독과 지브릴 시세(31), 보비 자모라(31)를 영입한데 이어 최근 로버트 그린(32), 라이언 넬센(35), 삼바 디아키테(23), 앤드류 존슨(31), 파비오 다 실바(32) 등을 대거 영입했다.
현재까지 QPR의 유니폼을 새로 입은 선수는 각각 공격수 4명과 수비수 2명 그리고 골키퍼 1명이다. 공·수를 강화시킨 QPR은 팀 개편의 핵심으로 미드필더 박지성을 선택했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박지성의 영입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경험이 많은 선수를을 원했다”며 “휴즈 감독이 그런 선수를 데리고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테랑 박지성은 QPR의 중원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의 장기인 강력한 수비와 더불어 팀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패스를 공급하며 진정한 ‘센트럴 팍’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양발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박지성이기에 오른쪽과 왼쪽 미더필더 역할도 가능하다. 멀티플레이어 박지성을 통해 QPR은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박지성을 필두로 한 대형 선수들의 영입이 이어지며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이변의 주인공’을 노리고 있다.
마르크 버참(34) QPR유소년팀 감독은 “지난 시즌, 마크 휴즈 감독의 최고 목표는 프리미어리그 잔류였을 것”이라며 “다가올 시즌에는 강력한 팀을 꾸리는데 노력할 것이다”고 리그 잔류 이상의 목표가 있음을 밝혔다.
팬들도 박지성의 영입이 확정되자 팀 역사상 최고 성적도 가능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QPR의 페이스북 공식 팬사이트에 글을 남긴 한 팬은 “박지성의 영입으로 다음 시즌 QPR은 엄청난 팀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영입된 선수들이 함께 뛴다면 다음 시즌 리그 5위도 노려볼만 하다. 유로파리그도 꿈은 아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지성의 가세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QPR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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