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짝사랑' 민주당 노원병 무공천… 정작 安측은 시큰둥

이영란 기자 / / 기사승인 : 2013-03-26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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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창 "무공천 결정, 야권입장선 반가운 일이지만 여권 安 지지층을 경계하게 만들어"
김성식 "세상 모든 일엔 빛과 그림자… 좀 수월해진 측면 있으나 동시에 어려운 측면도"
[시민일보]4.24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통합당이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구에 ‘무공천’ 방침을 결정했으나, 정작 안 후보 측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안 후보에게 전한 사랑의 메시지가 ‘짝사랑’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 측 반발로 오히려 야권후보 단일화가 더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안철수 후보 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26일 "(민주당 무공천 결정이)야권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인데, (안후보를 지지하는)여권 지지층을 경계하게 만들었다"며 민주당 무공천 방침을 반기지 않는 속내를 내비쳤다.
송 의원은 이날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무공천 결정이 아주 복합적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안 후보 쪽에서 이 문제에 대해 평가를 하기엔 적절치 않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실제 그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야권 지지자들도 있고, 여권 지지자들도 있는 것이 고유한 특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다른 안 후보 측근인 김성식 전 의원도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노원병 무공천과 관련, "세상 모든 일엔 빛과 그림자가 있다"며 "좀 수월해진 측면도 있겠으나 또 동시에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평했다.
야권 표심 결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여권 지지자들을 안 후보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의원은 노원병 야권후보단일화 전망에 대해 "단순히 단일화만 얘기하는 것은 좋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단일화 논의를 앞세우는 것은 정치혁신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는 안 후보가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에 전날 즉각 "바람직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무공천 방침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여전하지만 안 후보에 대한 애정 역시 변함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도전에 나선 강기정 의원은 이날 PBC '열린세상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선(先) 공천 후(後) 정치협상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며 "민주당의 기초를 자꾸 허물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와의 관계설정에 대해서는 "중국의 등소평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내세웠는데 현 상황에서 우리는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의 과제를 '민묘안묘론'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 모두 야당의 공동 의무를 지고 있다"며 "(민주당과 야권은) 기본적으로 분열했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안철수 현상'은 민주당으로 혁신해야 할 문제지 딴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해 안 후보의 독자세력화나 신당 창당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5·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의원도 전날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127석의 국회의원을 가진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이 말할 수 없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진 부채, 새누리당 후보의 어부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식의 무공천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고 꼬집기를 잊지 않았다.
특히 그는 26일 안 후보 세력과 민주당 간 합당 가능성에 대해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이날 SBS '서두원의 시사초점'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 공동으로 신당을 만드는 것은 우리 민주당원들을 분노하게 하는 일"이라며 "이런 식의 연대나 통합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보정당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가 안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을 우려하며 안 후보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는 전날 노원구 상계동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저 역시 새로운 정치를 원한다. 국민의 정치 불신이 높아지고 야권과 진보세력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새 정치의 출현은 모두에게 절실한 과제"라며 안후보를 향한 공세를 폈다.
김후보는 이어 "저는 입장이 없는 것이 새 정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 것이 새 정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 정치는 가진 것이라고는 투표권 밖에 없는 사회 약자와 서민을 위해, 조금 더 인간적이고 더 정의로운 결과를 내 놓는 정치여야 한다"고 쏘아 붙였다.
그는 또 "새 정치는 훈수를 두고 심판을 보는 정치가 아니라 약자와 서민을 위해 자기 입장을 내놓고 제대로 싸우는 정치여야 한다"며 "새 정치는 싸우면서도 상대편의 입장을 듣고 타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여야 한다"고 안 후보를 향해 거듭 훈수를 뒀다.
발족식에 참석한 문대골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안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주변사람들이 노원병으로 가자고 할 때 '내가 새 정치를 말한 사람인데 난 그럴 수 없다. 거긴 노회찬이 있지 않느냐'라고 했어야 새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안철수를 정치현장에서 지워내는 게 이 늙은이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역사적인 소명이라 생각한다"고 안 후보를 향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도 안철수 후보를 향해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정 후보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새 정치에 관해 서민의 땀과 노동자의 눈물에서 새 정치가 출발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민주주의가 빠진 새 정치는 허구이자 기만"이라고 안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또 안 후보를 향해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 폭거에 대해 과연 어떤 입장이냐"며 "국민 앞에, 노원병 유권자 앞에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정 후보는 무공천방침을 확정한 민주당을 향해서도 “야당으로서 자기 정체성과 가치가 실종됐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민주당이 무공천 결정을 내리면서도 자당이 안철수 예비후보를 지지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했다"며 "무공천을 한다면 누구를 지지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상식인데 민주당 지도부는 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냐. 왜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도 민주당을 향해 "공당답지 못한 비겁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민주당은 범야권 연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실제로는 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할까봐, 민주당의 무력함이 확인될까봐 무공천 결정을 한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특정 후보자의 눈치를 보며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으니 공당답지 못할 뿐 아니라 책임정치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민주당은 국회에서 127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거대 야당이지만 선거 때만 소위 야권 연대라는 꼼수를 부리면서 표계산과 정치공학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심 없이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진정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이 부끄러움을 안다면 무공천 결정을 철회하고, 후보를 내서 정정당당하게 노원병 주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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