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대통령이 직접 인사하는 방식 문제 있다"

김용태 "靑 인사검증팀, 국민의 눈높이 못 따라가"

박기춘 "나홀로 수첩인가 스타일, 인사참사 불러"

[시민일보]정부 출범 초기 공직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나홀로'식 인사검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인사 검증을 주도한 곽상도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현재 박근혜 내각 인사 중 낙마한 사람은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6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남경필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증팀의 능력이 모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인사를 하고 위에서 내려주는 방식이면 검증팀의 무능 문제는 둘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쓸 지를 직접 혼자하는 것이 아닌 주변의 동의를 얻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시스템 상에서 밑에서부터 걸러 올라간 뒤 최종 후보 몇 명을 놓고 결정하는 방식이 옳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박 대통령을 겨냥, "기본적으로 노(NO)를 못하는 것은 리더십의 문제"라면서 "평상 시 노라고 얘기를 하는 분들을 가까이 쓰고 중용한다면 그 분들이 즐겨 노라고 말하고 쓴소리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은 리더십의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인사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같은 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청와대 인사검증팀의 눈높이가 국민과 언론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 정도 흠결이면 용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식의 안일한 판단이 자꾸 사고를 내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수후보 내정 후 검증에 돌입하는 톱다운 방식의 문제도 있다"며 "(박 대통령이) 단수로 후보를 내정하면 흠결이 보이더라도 인사권자에게 내정 취소를 건의하기 어려운 구조다. 청와대가 더 이상 인사 실패를 하지 않도록 당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야당 의원이 입수할 수 있는 정보를 청와대가 입수하지 못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라며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현 단계까지는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인사를 하는데 있어 문제가 있다면 인사위원회가 고언·직언을 통해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상과 평가만 가지고 인사를 하면 복잡하고 많은 분야, 인재들이 있는 국가에서 제대로 된 인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김학의 차관의 낙마나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사퇴 과정에서 민정실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 같다는 것이 보편적인 평가"라며 "경험이 부족해서 벌어진 시행착오라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역량이 안되는 사람을 임명했다면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고 책임론을 거론했다.

민주통합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인사참사의 도미노위기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박 대통령 수첩인사가 데스노트, 살생부란 이야기가 나왔다"며 "수첩에서 튀어나온 인사들이 자고나면 낙마하는 상황을 빗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총리와 장차관급, 청와대 비서관까지 포함하면 13명이다. 인사사고를 넘어서 인사참사"라며 "인사실패에 대한 총체적 책임은 박 대통령에 있다. 대통령의 불통과 나홀로 수첩인사 스타일이 인사난맥상의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신껏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고 검증과정도 안일하고 부실하게 처리한 민정라인 일괄교체가 필요하다"며 "전화위복 기회를 만들수 있다. 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그 실마리를 풀어달라"고 거듭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청와대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인사검증 라인의 '부실검증'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민정수석실에서 검증은 진행했지만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민정라인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이 됐지만 검증기간이 짧았던 탓에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한 후보자의 해외계좌 등에 대해서는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현재 인사위에는 허 비서실장을 비롯해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