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NLL 대화록 공개’ 동상이몽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7-04 15: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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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NLL 포기’ 취지 발언 확인 가능...자신감 팽배
민주당, NLL 포기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팩트’ 확인 예상



[시민일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약이 될까? 독이 될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자료일체의 열람과 공개를 요구하고 나선 정치권이 아전인수 격 손익계산으로 동상이몽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앞서 국회는 참석 국회의원 276명 중 257명의 찬성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회의록과 녹음기록 등 자료일체의 열람과 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자료제출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변이 없는 한 국회의장이 요구하는 시점부터 10일 이내에 '대화록' 관련 일체내용의 열람과 공개가 가능해진다.



새누리당은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원문도 최근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 전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 발언이 담겨 있다는 종래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가 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NLL 대화록 열람 및 공개는 논쟁의 확산이 아니라 국론분열을 마무리하고 논쟁의 확실한 종식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 것도 이 같은 새누리당 입장이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대화록 공개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원문과 관련 자료 공개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팩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기본적인 정확한 팩트가 어떤 건지 청와대 사전준비 회의록, 사후조치 관련 기록 등을 면밀히 열람하면 노 대통령의 진의가 어떤지는 쉽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 배경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요구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부적절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도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국회 본회의 표결로 국가 기록원의 서해북방한계선(NLL)관련 대화록을 열람하게 된 것과 관련해 "좋지 않은 선례"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SBS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이같이 언급한 뒤 "법이 정한대로 정상간 대화록은 법정 시한까지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원칙인데 공개를 해야하는 상황까지 온 것은 국가 이익을 위해 불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NLL 공개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절대 찬성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너무 강력하게 요구해서 피하기만 하면 더 이상해져서 이렇게 결론이 났다"며 "야당이 자꾸 정치 쟁점화로 키웠기 때문에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석을 두고 경쟁을 한 것인데 (야당측에서) NLL 포기를 명시적으로 얘기를 안하지 않았는가를 얘기한다"며 "여러가지 얘기를 한 맥락이나 전후 사정을 보면 사실상 NLL을 지키려는 의지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국정원에 보관된 회담 당시 녹음파일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당론은 아니다"라면서 "이 논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공개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다 지나간 이야기"라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이번 선례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2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눈 대화록도 공개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상간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대화록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권영세 주중대사, 김무성 의원 등에 의해 NLL 대화록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권 대사나 김 의원이 본인의 입장을 이미 밝혔다"며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나온다고 해도 무슨 할 얘기가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또 민주당 측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NLL 사건의 수혜자가 됐기 때문에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민주당도 별별 전략과 전술을 동원해서 싸우지 않았는가"라면서 "그런 문제에 대해 서로 공방이 있었던 것인데 그것을 가지고 사과를 하라고 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하태경 의원도 교통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쟁점은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를 북한에게 약속했는지 안했는지”라며 “이것을 확인하고 결론을 내야 하는 주체는 국회가 아니고 정부”라고 지적했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를 약속했다면 박근혜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킬 수 없다고 북한에 통보를 해야 하고,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주장하고 있는 북한을 정부가 규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하 의원은 ”이게(회의록 공개가) 먼저 물러서면 지는 치킨게임이 된 것”이라며 “서로 자멸하는 게임인데도 그 게임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정치적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 중진 김영환 의원이 면책특권을 활용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에 공개하려는 정치권 일각의 움직임에 강력 반발했다.



김 의원은 같은 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통화에서 "면책특권을 이용해 공개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 정도 선에서 국회의원들이 역사의식을 갖고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3년 대북 송금 특검 때 그것을 파헤쳐서 남북 대화가 결렬되고 수년동안 교착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통치행위를 까발린 것이 남북문제에 큰 부담이 됐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과거 사례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또 이번 대화록 공개 사태를 '야당과 여당이 함께하는 쌍끌이식 무오사화'로 표현했다.



그는 "과거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은 왕도 열람할 수 없게 만들어 유네스코가 정한 문화유산을 갖게 됐는데 이번에 여야가 합의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역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광기의 시대를 빨리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정상외교사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남북관계가 상당히 신뢰 면에서 파괴가 되고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뒤 "더더욱 중요한 것은 공개 후에도 지금처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서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정쟁이 계속됨으로써 오히려 혼란만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의원이 기록물 공개를 주장한 데 대해 "저는 문 의원의 순수성을 믿고 싶다"면서도 "그 자체도 조금 성급했고 잘못된 판단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좀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 좋다"며 "불법적인 책임을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물어서 해임시켜야만 야당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그 후에 최소한 범위 내에서 최소 인원이 비공개를 전제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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