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무능론” vs. “대안 부재론”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7-31 14: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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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민주당, 경쟁 본격화...상대 비판 강도 높아져

[시민일보]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 민주당 측 사이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 되는 조짐이다. 31일 안 의원 측이 “야당 무능론”을 제기하고 나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대안 부재론’으로 맞받아치는 등 강도 높은 설전을 벌였다.


그동안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며 '표정관리'를 해 온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 셈이다.


먼저 공세를 취한 쪽은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최장집 이사장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연구모임(혁신과 정의의 나라) 정례 포럼 강연자로 나선 최 이사장은 '민주당 무능론'을 펼쳤다.


그는 "권력이란 견제되지 않을 때 독주하거나 일방적으로 흐르는 속성을 갖기에 균형과 견제는 필수"라며 "(균형과 견제가 있어야) 책임정부가 만들어지는데 야당이 이걸 못하기에 정부가 역할을 방기하거나 소홀히 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현 정부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그래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권력 행사 등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점이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정치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나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논쟁에 집중해서 다른 문제를 돌보지 않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하며 "당이 집합행위를 하지 못하고 각 의원들이 민주당의 이름으로 각자가 정당의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발끈한 민주당 의원들이 '안철수 대안부재론'으로 맞받았다.


안 의원이 제도권 정치에 들어선 이상,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최재성 의원은 "안 의원의 정치에는 경제민주화 해법이나 어젠다 제시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안 의원의 정치는 초엘리트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직접 민주주의의 요소들을 정책 생산과정에서 구현해낼 수 있는 정치인임에도 불구,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성주 의원은 안 의원을 향해 "지금은 우리가 이룬 정당 민주주의가 무너져가는 위중한 상황이다. 지금은 싸울 때"라며 "구경꾼으로 지켜보다가 '너희들끼리 싸워서 엉망이 됐다'며 반사이익을 보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거 "훈수하고 평론하는 것을 벗어나서 적극 참여하면 어떤가. 안철수의 새 정치 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더 옳은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미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과 안 의원 간 정치적 협상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봤던 새 정치 실상의 허망함에 대해 좌절을 많이 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이같은 비판에도 최 이사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최 이사장은 오히려 "민주화 투쟁을 하고 지키는 민주당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과연 저 당이 선거에서 이겨서 정부를 운영할 때 지금 현재의 정부보다 잘 할 수 있느냐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투쟁성보다는 평상시에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거듭 공세를 취했다.


아울러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조사도 핵심적인 문제라고 보지만 이것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의 갈등은 곳곳에서 나타난 바 있다.


실제 안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이 주최한 ‘국정원 어떻게 바꿀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정원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국정원을 정파의 도구로 타락시킨 이명박 정권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10년간 국정을 담당했던 민주세력의 책임도 적지 않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었다.


그러자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용섭 의원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본격적인 국정조사를 앞두고 안 의원이 민주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라고 반박했었다.


또 야권 주도권 경쟁의 첫 시험대가 될 10월 재·보선의 인재영입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간에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9일 출입기자단과의 저녁 간담회 자리에서 안 의원의 인재영입에 대해 "그쪽에서 (영입을) 제안받고 거절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준다"며 "(영입이) 잘 안 되는 분위기였다"고 언급했다.


당시 김 대표는 "안 의원 세(勢)가 요즘 좀 빠지지 않았느냐. 원래 빠질 세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고 안 의원을 견제하는 발언을 직접적으로 하기도 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그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전·현직 의원 중에서 제가 (영입을) 제안한 적은 한번도 없다"며 "제가 제안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 제안 받았다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지…"라고 꼬집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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