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가 안철수 ‘멘토’로 남을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8-12 16:25:3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멘토’들이 하나 둘 그의 곁을 떠나가고 있다.


가장 먼저 그에게 등을 돌린 멘토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다. 그는 안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던 무렵만 해도 ‘안철수 멘토 4인방’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혔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당시 안 의원과 야권후보 단일화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캠프에 합류하고 말았다.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이 야권의 요구를 무시하고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했을 때“(안철수는 미국에서 머물다 귀국한 뒤) 기자들이 한국정치에 대해 예민한 현안을 질문했는데 질문에 대해 아주 애매한 대답을 했다. 여전히 감성적인 언어로 추상성이 높은 모호한 말을 한다”며 “그런 언론보도를 접한 국민들도 뭔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나 태도가 애매한 것 같은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과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의 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자신의 멘토였던 사람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안 의원이 또 다시 '멘토'를 잃어버렸다. 안 의원의 말마따나 '십고초려' 끝에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영입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돌연 이사장직을 사임한 것이다.


12일 각종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교수는 이틀 전인 지난 10일 안 의원을 직접 만나 이사장직 사임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5월22일 안 의원이 '정책네트워크 내일' 설립과 함께 이사장으로 최 교수를 영입한 지 불과 80여 일 만이다.


최 교수가 왜, 돌연 이사장직을 사임하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 교수가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 학자적 양심을 갖고 하는 말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하다 보니 많이 힘드셨던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안 의원은 "최 교수의 말에 정치적인 해석을 덧붙여서 왜곡하고 폄하하는 그런 시도는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최 교수가 자신의 발언을 주변에서 ‘정치적으로 해석’ 하는 게 힘들어 이사장직을 그만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최 교수는 자신의 측근들에게 "(안 의원 측이) 언론과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며 마땅치 않은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안 의원과 최 교수가 정치적 노선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했었다.


실제 최근 최 교수가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세우며 노동 중심의 제3 진보정당을 강하게 주장해 왔지만, 안 의원 측에서 "최 교수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며 일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었다.


또 일각에선 최 교수가 통일·안보 등의 해법을 놓고 안 의원과 견해차가 너무 컸다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 두 사람의 정치적 불협화음이 안 의원과 최 교수로 하여금 끝내 결별을 선언하게 한 셈이다.


이로써 안 의원은 자신의 우측 날개였던 윤여준 멘토에 이어 좌측 날개인 최장집 멘토까지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에 따라 10월 재보선에 맞춰 추진해온 신당 창당의 로드맵에도 일정 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타나나고 있는데, 좌우 ‘멘토’를 모두 잃어버림에 따라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던 ‘안철수 신당’ 창당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말이다.


어쩌면 정치초년생인 안 의원이 지금쯤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윤 전 장관이나 최 이사장이 안 의원의 곁을 떠난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인명진 목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예전부터 법륜 스님, 윤여준씨하고 가까웠다. 그분들이 지난해 대선 전에 자꾸 안철수를 만나보라고 했다. 청주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 참석했다. 이 사람이 정말 대통령감인가, 나름 살펴봤다. 한 3시간 정도 겪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윤여준씨에게 전화 걸어 ‘안철수는 안 됩니다’라고 했다. 나중에 윤씨가 안철수씨에게 봉변당하지 않았나. ‘윤여준씨가 멘토라면 그런 사람 300명 있다’고 한 안철수씨 발언 말이다. 윤씨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그랬다. 내가 무당 40년에 반 귀신 아니요.”


과연, 이 말을 안철수 의원이 귀담아 들었을까?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