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북한이 19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자는 우리 측 제의를 수용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전달해 왔다.
이날 북한이 전달한 문건에는 추석 계기에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 위해 23일 실무회담을 하자는 우리 측 제의를 수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재차 제안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실무회담을 하자는 안에 대해서는 아직 북한의 반응이 없다.
그래서 약간 걱정스럽긴 하지만, 이 역시 결국에는 이산가족의 염원을 뿌리치기 어려운 남북 당국의 양보로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금강산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하자는 북한의 제안에 대해선 여러 상황을 종합해 검토한 뒤 정부입장을 정해서 밝히겠다고 말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을 판문점이 아닌, 금강산에서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를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한 실무회담과 연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전날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제의를 수용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하면서 ▲관광객 사건 재발방지 ▲신변안전 ▲재산 문제 등 남측의 요구사항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남측이 요구할 수 있는 조항들, 즉 북측이 취해야 할 조치를 스스로 먼저 밝혔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이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재개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사안을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재개를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실제 박근혜정부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우리 정부가 해결한다고 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더라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던 원인을 해결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는 금강산 관광 중단이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 때문에 생겼기 때문에 재발방지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결이 있어야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란 뜻이다.
이는 국민을 보호해야할 우리 측 정부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재개를 한 묶음으로 엮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산가족 상봉은 당장 실현되어야 하며, 거기에는 아무 조건이 붙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에게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 제안과 관련해 "북한이 적극 수용해서 이것을 계기로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발전돼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통일부에서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와 관련해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약속이 없어서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신뢰가 무너지곤 했다"며 "앞으로 남북이 서로 약속을 지키고 이행해서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성공단 실무회담의 합의를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서 잘 관리해나가 앞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한이 공동발전을 이루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최근 남북관계에서 '실용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여전히 자존심을 고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남측의 요구를 주도적으로 수용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면서 남북관계의 틀을 다시 만들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관계의 발전계기로 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다.
모쪼록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한민국’의 주춧돌을 놓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