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孫 '재보선 빅매치' 성사될까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10-06 19: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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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출마 권유에 손학규 고사··· 거당적 요구땐 결단 가능성도

[시민일보]10·30 재보궐선거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 간의 정치 거물급 맞대결이 실현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손 고문이 김한길 대표에게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불출마 의사를 전달했으나, 거당적으로 출마를 권유할 경우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당초 10월 재보선은 전국 10여곳에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막상 대상 지역이 경북 포항 남·울릉과 경기 화성갑 2곳으로 좁혀짐에 따라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분위기였다.


각종 여론조사에 새누리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두배 이상 앞서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두 곳 모두 새누리당 우세지역이어서 싱거운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갑자기 변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4일 서청원 전 대표를 경기 화성갑에 공천함에 민주당 일각에서 손학규 고문 차출론이 대두되고 있으며, 양자 대결이 성사될 경우, 정치적인 의미의 재보선 판은 커지게 된다.


새누리당의 경우 '재보선은 여권 중진의 무덤'이라는 징크스가 이번에도 재현된다면 그 충격은 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 전 대표가 후보로 확정되면서 청와대의 의중이 공천을 결정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압승이 예상되던 내년 6월 지방선거마저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반면 민주당으로서는 패배해도 손해 볼 것 없는 선거다.


어차피 현재와 같은 민주당의 모습으로는 새누리당 지지율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손 고문이 출마해서 승리만 해 준다면,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박근혜정권 심판론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고, 손 고문 또한 확실한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손 고문이 현재 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에 한참 뒤져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화성갑이 2007년 4·25 재보선 이후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인데 위험부담을 안고 출마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손 고문은 김한길 대표에게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불출마 의사를 전달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손 고문은 지난 4일 오후 8시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일식당에서 김 대표와 만나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전 충남지역 순회유세 중인 김 대표는 5일 손 고문과 가까운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을 통해 "오늘 다시 만나 설득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손 고문은 "출마 문제에 대한 내 입장은 확고하니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거절했다고 동아시아미래재단 김영철 대표이사가 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연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서 전 대표가 출마를 결정한 상황에서 당내의 유일한 대항마는 손 고문 뿐이라는 게 당내의 분위기다. 지도부는 물론 당내에서는 내심 손 고문이 당을 위해 자진해서 구원등판을 해주길 원하는 분위기다.


실제 민주당은 현재 화성갑 후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공천을 신청한 오일용 지역위원장 등 2명에 대해 면접 심사를 실시, 1명을 부적격으로 분류해 놓고도 최종 후보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손 고문의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차출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서 전 대표는 도덕성 여부를 떠나 경력을 갖춘 정치인"이라며 "서 전 대표를 공천했다고 한다면 민주당으로서도 상대를 할 수 있는 그러한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손 상임고문이 나선다고 하면 그 정도의 카운터 파트너는 충분히 된다"며 "현재 손 상임고문이 나서겠다고 하는 의사 표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의원은 서 전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손 상임고문의 재보선 출마를 독려했다. 김 의원은 "서 전 대표가 약점이 많고 연고가 없는 곳에 낙하산으로 또 친박(친박근혜)으로 내리꽂는 형식으로 돼 있기 때문에 손 상임고문이 나가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손학규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당내에서는 손 상임고문이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모아지고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어차피 선거는 이기는 걸 전제로 해야 되니까 그런 대결 구도로 모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손 고문이 일단 화성갑 보선 출마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거당적으로 출마를 요구할 경우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김 대표는 불출마 의사를 밝힌 손 고문을 다시 찾아 출마 요청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손 고문의 출마를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손 고문이 일단 불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당이 거듭 요청하면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손 고문측 관계자는 "정치는 선거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게 손 고문의 생각이다. 지금 당에서 강하게 요청을 하면 유불리를 떠나서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계파별로 복잡하지만 의지를 갖고 당력을 집중해 출마 요청을 한다면 (손 고문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화성갑에 출사표를 던진 오일용 예비후보가 손 고문의 출마를 요구할 경우, 손 고문이 나설 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아 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손 고문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손 고문은 6일 오후 신학용·이찬열 의원과 전해숙 전 의원 등 손학규계라 불리는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손 고문측은 독일에서 귀국한 후 친분있는 전·현직 의원들과의 가벼운 식사자리로 규정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재보선 출마 여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손 고문은 또 8일 오후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한국 정치와 사회 발전에서 자신의 역할과 향후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이 때 손 고문이 출마결심을 밝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이 화성갑 공천자 발표 일정을 11일로 늦춰 잡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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