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딜레마 vs. 박원순 딜레마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10-21 15: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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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묘한 딜레마에 빠졌다.


먼저 안 의원 쪽을 살펴보자.


이미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안 의원 측이 지방선거에서 호남과 서울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호남은 야권의 전통적 지지텃밭이라는 의미가 있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지방선거 전체의 승패를 가늠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 의원은 지난달 29일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지역 기반을 다질 조직책인 실행위원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독자세력화의 시동을 걸었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이 당시 정치세력화 실무 역할 담당할 호남지역 실행위원을 68명(광주·전남 43명, 전북 25명)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은 어떤가.


조만간 호남지역 2차 실행위원이 발표될 것이라고 하지만, 서울은 아직까지도 감감 무소식이다. 서울에서는 여전히 안철수 신당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 송호창 의원이 최근 "서울시장에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전국적인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박 시장의 대항마를 내세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송 의원이 최근 박원순 시장에게 합류를 권유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박 시장이 신당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만일 박 시장이 신당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신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아예 포기하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안 의원 진영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건너뛰고 다음 총선을 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게 안철수 의원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그대로 지방선거를 강행하자니,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완패수모를 당할 것 같고, 이제 와서 지방선거를 포기하지나 그렇지 않아도 ‘간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다니는 데 그를 더욱 공고화 할 뿐인 현실이 무척이나 답답할 것이다.


그러면 박 시장 쪽은 어떤가.


그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것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주간집계에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42.5%, 안철수 신당이 23.3%, 민주당은 14.7%였다. 안철수 신당은 지난주보다 0.8%포인트 상승한 반면, 야권 맏형 자리를 놓고 신당과 경쟁을 벌이는 민주당은 0.3%포인트만 상승했을 뿐이다.


이 조사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2.0%포인트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안철수 신당이 독자후보를 내세우기라도 한다면, 박 시장의 재선은 담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덜컥’ 신당에 합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가는 당장 ‘철새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고, 특히 서울시의원들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어서 서울시정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의원 지지자들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 의원의 양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 시장을 향해 “배은망덕(背恩忘德)하다”고 비판할 것이고, 그런 비판이 선거에서 어떤 현상으로 나타날지는 불 보듯 빤하다.


즉 박 시장은 탈당하고 안 의원과 합류하자니 ‘철새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두렵고, 그대로 민주당에 눌러앉자니 ‘배은망덕’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결국 안 의원과 박 시장 모두 지방선거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인데,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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