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특검 제안’은 뜬금없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11-04 16: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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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4일 뜬금없이 특검실시를 제안했다가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안 의원이 이날 오전 거창하게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이름까지 내걸고 국회에 기자들을 불러 모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냉담했다.


안 의원이 국가기관의 불법선거 개입의혹 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에 의한 통합수사만이 사실을 제대로 밝힐 수 있다”며 특별검사 임명과 수사를 여야에 제안했으나 여야 모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안 의원은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국가기관의 불법개입 의혹에 대해 이젠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라며 “이 문제는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하여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들면 될 사안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대치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과정의 일들은 특별검사의 수사에 맡기고, 정치는 산적한 국가적 과제와 ‘삶의 정치’에 집중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매우 비판적이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논평에서 “안철수 의원이 검찰수사와 사법부에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 운운하는 것은 3권분립을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으며, 유일호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반응 또한 영 신통치 않다.


김관영 수석 대변인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재판진행 상황 그리고 또 다른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조사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점잖게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특검은 이미 민주당이 갖고 있는 카드 중의 하나로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라며 "특히 지금은 때가 아니고, 먼저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순서"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 안 의원의 이번 특검 제안은 좀 황당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기 전이었다면 몰라도 이제 와서 ‘특검’을 운운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다.


더구나 지금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재판부가 지난 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는 등 당국이 하나하나 의혹을 밝히려 노력하고 있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검찰과 재판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안 의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를 불신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으로 정치지도자의 발언으로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사법부의 최종 결과를 지켜보고, 미진하다고 생각되면 특검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물론 안철수 의원은 신당창당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고, 이번 발언은 그런 차원일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안 의원의 뜬금없는 특검 제안이 다시 정쟁의 씨앗을 뿌리고, 소모적 공방을 거듭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오죽하면 그동안 특검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민주당도 안 의원의 제안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특검실시를 주장할 때가 아니다. 사법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할 시점이다.


특히 국회의원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거나 행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면서 ‘특검’을 운운하는 것은 3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장차 한 나라의 최고 정치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의 발언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판단이다.


적어도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발언이 미칠 파장과 영향 등을 고려할 줄 아는 신중한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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