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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이 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날 "통합진보당이 순수 NL계열로 구성된 종북 정당"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내란 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 등 통진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선고와 함께 정당보조금 수령 등 통진당의 각종 정당 활동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법무부는 서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정당해산 청구안을 전자결재를 통해 재가(裁可)하면 곧바로 헌재에 해산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통진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정당에 대해 해산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1988년 헌법재판소가 출범한 후 위헌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헌법 제8조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제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위헌정당해산 결정을 하게 된다.
정당해산이 결정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법 규정에 따라 정당해산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정당 등록을 말소하고 지체 없이 이를 공고한다. 소유 재산을 처분할 수 없는 등 정당으로서의 기본적 권한이 완전히 박탈되는 것이다.
통진당의 소유 재산 역시 모두 국고에 귀속된다.
당원을 새로 받을 수도 없고 당원들이 원해도 탈당을 할 수 없다. 소속 의원들도 모든 권한이 없어진다.
국회의원만 출입할 수 있는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으며 법안 제출권, 행정부 등에 대한 자료 제출권도 모두 정지된다. 의원들도 탈당 행위를 할 수 없다.
문제는 소속 의원들의 운명이다. 현재 통진당에는 김미희·김선동·오병윤·이상규 등 지역구 의원 4명과 김재연·이석기 등 비례대표 의원 2명이 있다.
그런데 헌재가 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결정하더라도 소속 의원들의 자격상실 여부에 관해서는 법률로 규정돼 있지 않다. 참고할 만한 선례도 없다. 그러다보니 자격상실설과 자격유지설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또 지역구 의원은 지역대표성이 있으므로 유지되지만 비례대표는 자격이 상실된다는 절충설도 있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당이 해산되더라도 소속 의원의 자격이 유지되면 의원직을 이용해 헌법의 '우산' 아래 각종 특권을 향유하며 위헌적 정당 이념을 실현하면서 헌법을 '파괴'하는 활동을 방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지면 의원직 역시 상실돼야 한다는 게 국민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이래저래 헌재의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를 둘러싼 국론분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헌재는 전례가 없고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도 많겠지만,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 신속한 판결을 내려줘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물론 헌법재판소법상 사건 심판 기간은 접수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이지만, 이 경우에는 다른 그 어느 사건보다도 속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다못해 가처분 결정만이라도 최종 선고 이전에 나올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위헌정당해산 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방어적 민주주의'의 일환으로 처음 도입됐다. 나치 등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한 대처 방안인 셈이다.
독일은 연방헌재의 결정에 따라 1952년 나치당의 후계로 지목된 사회주의제국당(SRP)을, 1956년엔 독일공산당(KPD)을 각각 해산시킨 경험이 있다.
터키에서도 연합공산당·사회당·자유민주당·인민노동당·민주당·복지당 등 정당이 헌재 판결에 의해 해산됐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헌재 판결에 의해 정당이 해산되는 첫 사례가 나타나게 될지 그 결과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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