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변신, 진짜일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11-07 16: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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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변했다. 그런데 그 변화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좌파인사들과 같은 방향을 걸어가던 박 시장이 최근 좌파와 선긋기를 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박 시장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 초청 토론회에서 "저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시민파"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자신이 ‘좌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그런 말로는 부족했다고 여겼던지 박 시장은 "(우리나라는)좌우의 이념 대결, 빈부의 대결, 지역 간 격차도 심각하다"며 "시장의 역할이 1000만 시민의 갈등 없이 사회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좌우를 넘어 화합하고 조정하는 시장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정당해산 위기에까지 봉착한 통합진보당 발(發) 'RO사태'에 대해 "민주적 기본 질서를 폭력으로 전복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면서 "국민의 지지를 못 받을 것"이라고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론에 대해 “생각이 바뀌었었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서울시도 좌파매체에 대해 ‘등록취소 청구’라는 카드를 빼내 들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일 등록취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좌파성향 매체인 ‘자주민보’에 대한 등록취소 심판 청구건을 가결한 데 이어 내 주쯤 박원순 시장 명의로 서울 행정법원에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박 시장의 행보나 박 시장 취임 이후의 서울시 행정을 보면 이런 급격한 변화에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서울시가 올해 보조금을 지원한 비영리 민간단체 142곳 가운데 이른바 좌파성향 단체가 4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최근 이석기 사태로 해산될 위기에 처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포함된 단체도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다.


작년 서울시가 지원한 좌파성향 단체는 13곳에 불과했었다. 박시장 취임으로 시의 지원을 받는 좌파 단체가 무려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들 단체 당 평균 지원금은 1421만원이며, 이들 단체들이 받은 금액은 총6억여 원에 달한다.


반면 탈북자 인권 사업을 벌이거나 안보교육과 관련된 우파성향 단체는 11곳만 지원대상에 선정됐을 뿐이다. 이들 우파단체는 한 단체 당 평균 1245만원에 그쳤고, 이 단체들이 지원받은 금액 역시 총 1억37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중 좌파 단체가 우파단체 보다 무려 4배 이상 많은 지원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자신은 좌파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믿기 어렵다는 말이다.


자주민보 사건만 해도 그렇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 7월 8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종북매체에 대한 발행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박 시장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심재철 의원은 “지난 5월 자주민보라는 종북매체 대표(발행인)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최종 확정받았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에 따르면 신문 발행인이 국보법에서 실형을 받으면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또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매체에 대해 시도지사는 발행정지를 명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은 한 시민단체가 자주민보 폐간조치 민원을 수차례 넣고 있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서울시가 즉각 반박자료를 통해 "시는 국가보안법 위반은 신문법상 결격사유 대상으로 등록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민원인에) 했다"고 밝혔다.


시는 또 당시에 "6월4일자로 자주민보가 발행인을 변경했기 때문에 결격사유가 사라졌다"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사실상 자주민보를 적극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태도가 변한 것인가.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6.4 지방선거를 의식한 전략적 행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에게 묻고 싶다. 스스로를 좌파가 아니라고 했는데, 진정성이 담겨 있는 발언인지, 아니면 단순히 내년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말인지 분명하게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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