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박원순 대항마’ 맞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11-21 17: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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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독주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도 대단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가 최근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의 ‘민주당 탈당, 신당 참여’ 제안을 일축하고 민주당원으로 남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만큼 재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민주당 일각에서 박원순 시장의 공천경쟁자로 박영선, 추미애, 이인영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그들에게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선을 하지 말고 박 시장을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광역단체장들 중 유일하게 돋보이는 박 시장을 경선 없이 민주당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 추대론은 일부 서울지역 486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이혜훈 최고위원이 21일 한 방송에 출연,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공개적으로 밝혔을 뿐이다.

유력주자로 꼽히는 7선의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아예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날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많은 당원들이 김황식 전 총리를 공천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성공적으로 했고, 강직한 이미지와 호남출신 등의 이유로 당원들이 필승카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말 그의 말대로 김황식 전 총리가 ‘박원순 대항마’를 뛰어 넘어 ‘필승카드’가 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현재 여론조사에 나타난 박 시장의 지지율에는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거품이 상당히 끼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는가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 역시 상당히 높게 나오는 점도 그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18일 저녁 전국 19세 이상 남녀 1,37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64%p)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47.3%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고작 13.7%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23.5%의 지지를 받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어 통합진보당 2.8%, 진보당 1.8% 순이었으며, ‘기타 정당’은 2.1%, ‘지지 정당 없음’은 8.8%였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 통합진보다, 정의당 등 모든 야당의 지지율을 합한 41.8%보다도 5.5%포인트나 더 높은 것이다.

특히 안철수 신당이 출범할 경우, 박 시장은 현재의 지지율을 지켜 내기 어려울 것이다.

신당이 독자후보를 낼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박시장의 지지율에 압도되어 신당이 독자후보를 포기하더라도 박 시장에게는 그다지 유리할 것이 없다.

왜냐하면 신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탈당, 신당 합류’ 제의를 거절한 박 시장에게 배신감을 느낄 것이고, 그것이 결국 투표포기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MB 정부 당시 박근혜 지지자들이 각종 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해 민주당이 유리한 선거를 치렀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뜻이다.

더구나 호남 지역에 대한 민주당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는 시점에 호남 출신인 김 전 총리가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경우 그 지역출신 주민들의 표를 끌어 올 수도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물론 아직은 김 전 총리의 지지율이 박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 전 총리가 새누리당 유력후보로 급부상 하는 순간, 그의 인지도 상승과 함께 지지도도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다.

다만 행정가 출신의 그가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강단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과거 행정가 출신의 고건 전 총리가 정치적 결단을 빨리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조차 해보지 못하고 꿈을 접었던 것처럼, 김 전 총리 역시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만일 김 전 총리가 단호하게 그런 결단을 내리고 박 시장과 맞붙어 승리한다면 그는단 숨에 여당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김황식 전 총리가 ‘필승카드’가 되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그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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