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변해야 살아남는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11-27 15: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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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에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하기 어려울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그토록 믿고 있는 박 시장마저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말이다.

실제 27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 무려 10%대 차이로 크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대결에서도 박 시장은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오 전 시장에게 4.3%p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새누리당 정몽준, 민주당 박원순 두 사람이 대결할 경우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2%가 정몽준 의원을, 40.3%가 박원순 시장을 각각 꼽았다. 정 의원이 11.9%p 여유 있게 앞선 것이다. 무응답은 7.5%다.

이어 ‘내년 서울시장선거에 새누리당 오세훈, 민주당 박원순 두 사람이 대결할 경우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오세훈 전 시장이 48.1%, 박 시장인 43.8%로 역시 오전 시장이 조금 앞섰다. 무응답은 8.1%다.

물론 이 같은 지지율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으로 아직은 ‘박원순의 패배’라고 단정 짓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변화 가능성이 박 시장에게 그다지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실제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의 지지율을 보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새누리당이 52.2%, 민주당 20.6%로 그 격차가 무려 31.6%p나 된다.

이어 통합진보당 3.9%, 정의당 2.7%순으로 나타났고, 무당층은 20.6%였다.

선거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은 후보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성향이 강해진다는 점에서 박 시장의 지지율이 더 오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조사는 리서치뷰가 지난 23일과 24일, 양일간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3.1%p다.

결국 박 시장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면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게 아직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점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민주당이 계속해서 국민의 뜻과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째가 ‘대선불복’ 움직임을 노골화한 잘못이다.

실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지난 달 23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기 때문에 자신이 패배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당시 바른 말을 잘해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이 붙은 조순형 전 의원이 “문 의원의 발언은 공식적인 대선 불복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들 가운데 박 대통령이 정말로 이명박 정권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박 대통령과 MB의 갈등을 지켜봐온 유권자라면, 그리고 온전히 제 정신이 박힌 유권자라면 아무도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말로는 ‘대선불복’이 아니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대선불복 행동을 보여왔다. 그런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요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른바 ‘종북 세력 옹호’ 움직임이다.

통합민주당 이석기 의원 사건이 불거질 때도 그랬지만, 박창신 신부의 망언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오히려 그를 옹호하고 감싸는 모습을 보여 왔다.

박 신부는 연평도의 북한 포격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 또 천안함 피격에 대해서는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취지의 망언을 하기도 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남북이 대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종북 발언을 한 성직자를 어떻게 그냥 두고 볼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민주당은 오히려 그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라”는 황당한 논평을 냈는가하면, “전체 발언을 봐야지 일부 발언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그를 적극 감싸고 있다.

국민들이 그런 정당에 우리 국가의 안보를 맡겨도 되는지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의구심이 지금과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안철수신당’ 창당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궤멸 당할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 기꺼이 대선결과에 승복하고, 종북세력과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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