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지금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도 한참 뒤진다. 127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야권의 맏형’ 위상치곤 초라하기 그지없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및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2.0%p)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새누리당이 41.2%, 안철수 신당이 28.2%, 민주당은 12.6%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이 신당 지지율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일주일 전에 비해 안철수 신당은 1.5%p 상승한 반면, 민주당은 0.6%p 하락했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신당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의 ‘신당입당 러시현상’이 나타나는 게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전혀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당합류설이 유력하게 제기됐던 인사들마저 신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 역력하게 감지되고 있다.
우선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면 가정 먼저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보자. 박 시장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철수 의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승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신당이 창당되면 그가 ‘신당입당 1순위’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안 의원 측이 공개석상에서 ‘민주당 탈당 후 안철수 신당 합류’를 제안하자, 그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에는 원칙과 상식이라는 게 있다”며 “민주당이 지금 인기가 없긴 하지만 이미 입당한 마당에 탈당해서 다른 신분으로 간다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부산시장 후보로 안 의원 측 영입설이 돌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안철수 신당 후보로 출마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오 전 장관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며 유력 부산시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인사다. 만일 신당이 그를 영입해 부산과 같은 상징적인 도시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향후 신당의 파괴력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그래서 안 의원이 직접 그를 만난 일도 있다.
하지만 오 전 장관은 "(야권이 힘을 합치지 않고) 안철수 신당만으로는 부산에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신당후보로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구시장 선거 출마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도 신당영입 1순위로 거론되던 인사다.
그는 지난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40.4%의 득표를 기록했다. 신당이 그를 영입할 경우 영남권 전체에 미치는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다. 신당 측이 그에게 호감을 보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부겸 전 의원은 신당에 합류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신당이 지방선거 이전에 창당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신당이 결국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입당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선 신당 입당 제의를 단칼에 잘라버린 박원순 시장은 여전히 야권연대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그는 전날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신뢰관계가 아직도 잘 유지되고 있다”며 야권연대가 이뤄질 것이란 점에 대해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오거돈 전 장관 역시 자신은 “시민후보”라며, 결국 신당과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해 자신을 단일 후보로 내세우게 될 것이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즉 지난 2010년 경남지사 선거 당시 김두관 후보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당들의 지지를 받아 ‘야권연대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방식과 비슷한 길을 갈 것이란 뜻이다.
김부겸 전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김 전 의원의 한 측근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지지를 받는 야권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안철수신당 측이 박원순 시장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그동안 ‘야권연대’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긋지 못했기 때문에 인재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신당 측이 설 이전에 창당일정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신당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이자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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