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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애매모호한 화법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로인해 안 의원에게는 분명한 방향과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한 채 간만 본다는 뜻의 '간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이 따라 붙기도 했다.
그러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의 신당 창당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는 어떤가.
애매모호하기로 치자면 안 의원이나 새정추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서로 ‘도토리 키 재기’를 하는 것처럼 너무나 닮은꼴이다. 특히 ‘야권연대’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새정추의 핵심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야권연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마음까지 반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즉 입으로는 ‘반대’를 외치고 있으나, 실제는 아주 간절하게 야권연대를 염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우선 새정추에서 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무소속 송호창 의원이 현재는 야권연대에 부정적 이지만 여론의 흐름에 따라 바꿀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송 의원은 22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야권연대에 대해 "지난 대통령 선거나 19대 총선 때나 그 이전에 전혀 정책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 정당이나 후보들이 연대를 하는 경우, 국민 지지를 못 받게 되고, 신뢰를 손상시키게 되는 경우들이 많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그는 “지금 상태에서는 연대보다도 스스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지금 상태에서’라는 단서조항을 단 것이다. 이는 추후 여론의 변화에 따라 ‘나중에’는 야권연대를 실시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 송 의원은 ‘여론의 흐름을 의식하는 거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김효석 새정추 공동위원장은 어떤가.
김효석 위원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야권연대를 ‘낡은 틀’로 규정하면서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민주당이 중심이 되는 (야권연대에) 정의당, 진보당이 들어가 있는 그 틀과 새정치가 맞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연대를 굳이 얘기한다면, 야권연대보다 훨씬 더 큰 틀로 가야 된다"며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보수 세력도 안을 수 있는 국민연대 개념으로 가는 게 옳다”고 사족(蛇足)을 달았다.
‘야권연대’는 하지 않지만 ‘국민연대’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야권연대나 국민연대는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후보단일화 연대라는 측면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또 다른 새정추 공동위원장인 이계안 전 의원의 입장은 어떤가.
그 역시 같은 날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민주당에서는 저희들이 창당한다고 하니까 ‘야권의 분열’이라며 계속해서 연대하자고 하지 않느냐. 그렇지만 그 연대의 이면을 뜯어보면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많은 광역자치단체에는 후보를 내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저희들은 연대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야권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이 공동위원장은 “민주당이 결단하면 연대라고 하는 것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연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민주당이 결단하면 야권연대가 이뤄진다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이들 새정추 핵심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아마도 ‘야권연대’라는 이름이 아닌 ‘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또 민주당이 중심의 연대가 아닌 안철수신당 중심의 연대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응할 수도 있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정치를 ‘새정치’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권연대’ 문제는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논하기 이전에 분명한 자기소신과 철학이 있어야 하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그래서 새정추 인사들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하는가, 안 하는가. ‘국민연대’라는 다른 명칭을 거론하면서 애매모호한 화법을 구사하지 말고 확실한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여론의 변화’니 ‘민주당의 결단’이니 하는 애매한 전제조건도 달지 말고, 안철수신당의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간철수’에 이어 ‘간정추’라는 새로운 별칭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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