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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듣고 보면 양측의 주장은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당공천 폐지는 위헌적인 요소가 다분할 뿐만 아니라, 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은 지방분권이라는 자치기능에 있어서 광역자치단체장 및 광역의원,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원 간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데도 유독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만을 다른 지방선거의 후보자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후보자에 대한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정당공천이 폐지된다 해도, 지난 2003년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라 후보자의 정당표방이나 해당지역 국회의원이 사실상 ‘내천’을 실시해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또한 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검증되지 않은 후보자가 난립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반면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후퇴와 함께 정치분야의 대표적 약속파기 사례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이 최악의 정치”라고 공격했다.
그의 주장도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느 쪽 주장에 더 ‘미래’가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새누리당 주장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새누리당 주장은 한마디로 이런 것이다.
비록 과거 대통령 선거 당시에 약속을 했더라도, 그 공약을 실천할 경우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다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과거 약속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것으로 거기에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민주당 주장보다는 새누리당 주장에 더욱 공감이 가는 것이다.
사실 정치폐단을 꼽으라면 공천제만 폐단이 있는 게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공천 주체인 정당이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 의원 개인의 소신보다 당론이 우선해 결국 의원들이 당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당 대표가 당을 사당화는 일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당내 계파갈등으로 인해 연일 파벌싸움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해서 정당을 폐지해야 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민주정치는 정당정치이기 때문이다. 공천제 역시 책임 있는 정당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수단으로 필요하다.
특히 정당공천제는 정당정치 활성화, 전국의 조화로운 정책조정기능 작동, 인재영입과 추천을 통한 신인발굴과 입문 창구 역할, 여성과 장애인 등 약자나 소수자의 정치참여 보장 등과 같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사실 1998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하였으나 기초 정당공천제가 완전하게 시행된 것은 2006년으로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두 번 실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보다 폐지부터 하자는 발상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가급적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약속이기 때문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특히 지금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이를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인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은 국회논의가 마무리 될 때까지 침묵을 유지하는 게 맞다. 그게 행정.입법.사법 분리 원칙에 걸 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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